박근혜 대통령, 사의 표명 대국민 담화에 대부분 "당연하다" 반응
일부선 "국정표류 우려 크기에 무조건적인 퇴진은 반대" 목소리도
한국이 총체적인 리더십 부재로 허덕이는 가운데 애틀랜타 한인들도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거취를 국회에 맡기겠다"면서 처음으로 사의를 표명하자 애틀랜타 한인들은 우선 "당연하다"는 응답을 내놓고 있다.
애틀랜타 한인교회협의회 송상철 회장은 “이번 일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허탈감, 상실감을 줬다”고 말하고 “국회에 거취를 맡길 것이 아니라 박대통령이 사과하고 책임지며 스스로 하야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를 잃고 공황상태였던 박대통령에게 최순실 씨 등이 위로를 줬을 것이지만,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도 공사를 구분 못하고 위법한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철저한 회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코리아포럼 장유선 교수는 “하야는 자신이 결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야당 및 국회결정에 떠넘김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퇴진의사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면서 “대통령의 임기 단축만을 위한 개헌은 명분이 없다. 대통령의 진정성을 확인시켜 주기 위한 길은 대통령 스스로 하야 시기에 대한 명백한 로드맵을 밝혀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한규 에모리대 한인학생회장은 “담화 내용이 전반적으로 실망스럽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국민의 요청에 의해 적합하고 공정하게 성실히 조사를 받는건 마땅하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박대통령은 책임을 회피하고 차선책 도모를 위해 시간 벌기를 하고 있다는 인식이 든다. 대통령직에 대한 책임감을 막중히 갖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통해 성실히 조사 받은 후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갑 한인회 정치위원장은 "말도 안되는 발표라도 생각한다. 구체적인 결정은 없고 단순히 기회를 보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으로써 공범으로써의 책임감도 없어 보인다. 불인정과 변명으로 일관하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탄핵이 아닌 자진 하야여야 한다"고 말했다.
배기성 한인회장은 “국가적인 사안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30대 한인 K씨는 “설사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을 지라도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조지아로 1년간 어학연수나왔다는 L씨는 “박대통령은 진짜 하야할 의사는 없는 것 같고 시간끌기를 하는 것같다. 오히려 촛불집회는 더 커질 것 같다”고 전했다.
교육업에 종사하는 L씨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물러나는 방향이지만 결국 본인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일각에서 ‘꼼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는 한인도 있었다. 알파레타에서 거주하는 60대 한인여성 S씨는 “하야해야 한다. 조지아에 사는 우리는 ‘고국’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데, 현재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며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애틀랜타조지아상공회의소 이혁 회장은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국정운영을 안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다음 정권에 인수인계가 잘 될 때까지 국정운영은 정상적으로 돼야 하며 다음 대선에서 국민들이 표로 심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민주평통 조성혁 회장은 "내일 당장 하야하겠다고 말하면 속시원하겠지만 국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그만 둔 후에도 혼란이 없도록 시간을 갖고 체계적인 퇴진을 하겠다는 의사로 들린다. 좋은 결단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조기대선이 실시될 경우 재외국민들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당초 예정된 19대 대선 선거일자는 2017년 12월20일로,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에 관한 재외선거의 경우 2018년 1월 이후 최초로 그 사유가 확정된 선거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오는 1월경으로 예정돼 있는 애틀랜타 선거 담당 영사 파견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측은 "아직까지 선관위로부터 내려운 명확한 지침은 없다. 따라서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언정기자 kim7@atlantachosun.com
김중열 기자 jykim@atlantachosun.com
지난 19일 열린 제4차 촛불집회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