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란타 조선일보

   





주필 칼럼
김상진
추천도서
최재휴
빛과 소금
박승로
생각의 숲
신윤일
믿으며 살며
심호섭
의학칼럼
김정범
CPA 코너
박영권
통통통칼럼
오흥수
경희한방의료
김덕진

주필칼럼 북한의 모래시계

2016.02.12 16:44

조선편집 조회 수:1265

신문발행일  

                                북한의 모래시계가 속도를 내고 흘러내리고 있다. 북한을 모래시계로 비유한 것은 북한의 현 정권의 붕괴가 머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북한의 현 정권은 국제형사 처벌을 받거나 내부 붕괴로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멸망하고야 말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소신이다. 북한을 대화를 통해 설득하고 국제규범 테두리 안의 정상적 국가로 복귀하도록 이끈다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잘 못된 것이라는 것이 명확히 밝혀진 것이다. 김정은은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복귀할 생각을 버린 지 오래이다. 아니 그는 혹시 복귀하고 싶어도 복귀함과 동시에 스스로에 죽음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미 정상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중국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은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통고조차 하지 않고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중국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다. 세밀하고 대담한 전략적 계산으로 이런 일을 한 것도 아니다. 중국이 아무리 화를 내든 상관없다는 막가는 무모한 자포자기적 도박에 불과하다. 그들이  지금까지 지은 죄는 국제사법상 최고형에 해당하고도 남는다. 멀리는 6.25동족상잔의 대죄로부터 강제수용소의 비인도적인 인권유린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셀 수도 없다.  김정은은 최근 2~3년 사이에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과 리영호 총참모장,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한연철 인민무력부장을 잇따라 처형했다. 이들이 아무리 비위에 거슬리더라도 직위해제나 수감(收監)등이 상식인데 종파행위나 비위 따위의 죄목을 붙여 기관포 사격 등으로 무참히 학살했다. 현재까지 100명 가까이의 최고위 간부들이 하찮은 이유로 처형되었다고 한다. 미개 야만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이런 피비린내 나는 살육(殺戮)을 감행한 범죄자를 21세기의 세계에서 정상인으로 대접해보겠다고 시도하는 자체가 웃음꺼리에 지나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세계는 김정은의 범죄적 통치를 너무나 얕잡아 보거나 무시해 온 경향이 많았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라는 묘한 표어를 만들어 북한문제의 존재를 애써 묵살하려 했었다. 북한 핵 위협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에서조차도 북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대화론자가 우세한 실정이었다. 사태가 최고도로 악화된 최근에도 어떤 주력 일간지에서는 “핵 동결과 평화협정의 교환이 답이다”라는 대문짝만한 제목 아래 북한과의 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핵 동결’이란 북한이 지금 갖고 있는 핵무기를 그대로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또 평화협정이란 6.25 동란을 일으킨 동족상잔의 대죄를 없던 것으로 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데 동의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협상도 아무 것도 아니다. 북한 주장을 100% 그대로 들어주자는, 말도 안 되는 유화론(宥和論)에 불과하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 공단 폐쇄를 단행하자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 여당 성향 인사들마저 “그나마 있는 유일한 남북의 창구를 없애는 졸수(拙手)”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무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이다. 원래 개성 공단은 현재까지 통과된 유엔안보리의 북한 제재결의에 의하더라도 불법이다. 개성 공단 운영을 통해 막대한 달러 현금이 북한에 유입돼 핵개발 등에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족끼리 하는 것이니까 괜찮고 중국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전혀 앞뒤 이치가 맞지 않는 일이다.
최근 미국 상원은 역사상 가장 혹독한 독자적 북한제재법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이라 불리는 이 법이 시행될 경우 한국도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한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이 없도록 미리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결단이었다. 만약 미국이 한국의 은행과 거래를 끊고 자금을 동결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만큼 미국이 북한 위협을 보는 눈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지난 7일 미국 상원 국방위에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행한 연례보고에서도 이 점은 명백히 드러났다. 클래퍼 국장은 이제는 세계에서 이란보다도 북한의 핵이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결국 세계는 늦게나마 북한문제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토대로 대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붕괴촉진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도 회의론이 끈질기게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국은 하찮은 ‘전략적 고려’에 따라 북한의 현 정권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한국 내에서조차도 지나친 북한 압박정책은 오히려 김정은 정권의 장기화를 부추길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궁핍의 책임을 미국의 고립 압살정책 탓이라 하여 독재를 더욱 강화할 명분을 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눈앞의 손익(損益)만 따지는 지나친 공리적(功利的)논법에 불과하다. 이 세상에서는 손익계산에  앞서 대의명분과 정의의 구현이 한 층 더 높은 가치를 차지한다는 대원칙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북한뿐 아니라 어느 나라도 유엔 헌장이나 국제규범을 위반했을 때에는 마땅히 엄중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 지금은 경제적 방식에 의한 제재에 그치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앞세워서라도 국제정의를 실현해야 할 의무가 모든 유엔 가입국에게 있다.
또 어떤 논자는 북한 정권이 붕괴하여 혼란이 야기될 경우 북한 피난민의 대거 유입 등을 비롯 필연적으로 닥칠 천문학적인 통일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의 붕괴가 썩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통일을 위해 꼭 필요한 비용이라면 한국민이 이를 감당할 수 있고 또 기꺼이 감당하리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모든 여건을 종합 검토해 볼 때 남북의 평화통일은 북한의 현 정권이 무너지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확실해 졌다. 범죄집단과 융합을 논의하는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같은 대전제(大前提)를 바탕으로 모든 대 북한 대책을 재구축해야 한다.
북한의 악덕정권과 부질없는 대화만을 모색하면서 그들의 모래시계가 다 흘러내려가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대혼란이 일어난 다음에야 뒤늦게 대책을 강구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되겠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