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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발행일  

 

대한민국은 지금 백척간두(백척 높이의 장대 위)에 서 있다. 새로운 도약으로 더 높은 고지(高地)로 뛰어오를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고 천인(千?)깊이의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어제까지의 고도성장이 갑자기 멈추고 유일한 생존수단이던 수출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20%대를 넘었고  이른바 ‘좀비(zombie)기업’도 전체 기업의15%를 넘어섰다. 주변국가에 대한 경쟁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중국에는 기술면에서 밀리고, 일본에는 가격경쟁에서 뒤져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 같은 위기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급속히 낡아가는 경제체제를 근본적으로 새로이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입법부인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에 묶여 한 건도 개혁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반대하면 아무 것도 통과시킬 수 없게 되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매일같이 입법부를 질타(叱咤)하지만 야당측에서는 동내 개 짖는 소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만약 한국 경제가 무너지면 국민들이 집권당인 새누리당을 규탄하고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새정치연합에 넘겨줄 것 같은가? 국민은 누구의 반대 때문에 필요한 개혁을 못하고 한국경제가 망했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새정치연합이 역발상(逆發想)으로 마음을 바꾸어 “한국경제를 살리겠다”며 찬성표를 던진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고마워하겠는가?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지금의 20%에서 크게 뛰어 오를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비슷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대한민국이 3권분립국가임을 입이 마르도록 강조하고 있다. ‘행정부 의장일 뿐인’ 대통령이 입법부의 장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왜 맡은 바 직책을 다하지 못하느냐는 등 ‘압력’을 가한다고 심히 못마땅해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정 의장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는 국가비상 시에는 야당의 반대가 있어도 의장이 필요한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上程)’하여 단순 다수결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규정이 있다. 문제는 지금이 ‘국가비상시’냐는 판단이다. 물론 이 판단은 국회의장의 자유재량이다. 정 의장이 볼 때 지금은 비상사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지금의 한국경제가 비상사태냐 아니냐의 판단은 입법부보다는 행정부가 더 정확하게 내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행정 각 부처의 방대한 자료집계와 함께 학계 등 여려 전문기구의 광범한 의견종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의화 의장은 마땅히 행정부측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도리(道理)이다. 국민들이 볼 때에는 3권분리 원칙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는 더 중요하다.

따지고 보면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면에서 뿐 아니라 국가안보의 면에서도 초 비상시국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말 할 것 없이 이는 북한문제 때문이다. 지난 15일 미국에서는 공화당 대통령후보 토론회(제5차)가 CNN방송으로 방영되었다. 앵커인 울프 블리처는 처음으로 북한문제를 정식으로 질문했다. “김정은이 수소폭탄까지 보유했다고 주장하는데,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고 묻자 칼리 피오리나 후보(전 휴릿패커드 최고경영자)는 “김정은은 의심할 여지없이 위험한(dangerous) 지도자”라고 강조하고 “미국 정부가 그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했다”고 오바마 정부를 비난했다. 벤 카슨 후보(전 신경과 의사)는 “김정은이 ‘정신불안정(unstable)’하다고 확실히 믿고 있다…북한 정권은 외부의 여러 인도적 지원도 군사력을 키우는데 사용한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토론회 때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이란 핵 합의와 북핵 위협을 싸잡아 언급하면서 김정은을 ‘미치광이(maniac)’라고 지칭했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이 이처럼 입을 모아 그를 정신이상자이며 매우 위험한 사람이라고 단정한 것이다.  이런 사람이 지금 절대권력을 갖고 수십 발의 원자탄 뿐 아니라 수소탄까지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면 이 이상 위험한 일이 지구상 어디에 또 있겠는가? 대한민국이 지금 당장 비상사태를 선포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더욱이 17일 열린 유엔 총회는 또다시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안보이사회에 권고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19표, 반대 19표, 기권 48표로 2년 연속 채택했다. 이 결의안에 따라 안보리는 북한의 최고 책임자를 광범위한 인권 유린죄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김정은을 암묵리(暗默裏)에 지칭한 것이지만 실지로는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결의안의 채택이 북한에게 미치는 정신적 압박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이 앞으로 도(度)를 넘어 국제질서를 교란하는 난폭한 행동으로 나올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로서도 더 이상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여기에서 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 방문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좋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북한에 그릇된 신호를 보내는 불필요한 처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북한은 그동안 수차에 걸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짓밟고 핵실험과 유도탄 개발을 서슴지 않았다. 또 헤아릴 수 없는 인권탄압 중지 권고에 대해서도 일말(一抹)의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스스로가 먼저 진정한 변화를 표시하지 않는 한 지금은 유엔의 수장(首長)이 일부러 먼저 찾아가서 대화를 요청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 유엔 안보리 의장인 서맨서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반기문 총장은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문제에 더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는 현 사태를 더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여 야 할 것 없이 모든 지도자들의 영명(英明)하고 확고한 판단력이 지금보다도 더 요청되는 때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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