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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운명의 시간은 왔다

2016.11.04 16:53

조선편집 조회 수:1547

신문발행일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왔다. 8일 밤이면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 결판이 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정세 분석으로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중에 누가 당선자가 될지 완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의 상태이다. 여론조사가 유일한 지표(指標)이지만 지난번 영국에서 있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탈퇴) 때를 보더라도 최종 투표 결과는 여론조사와 정 반대가 되고 말았다. 이번 미국 선거에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트럼프 지지 사실을 감추고 있는 유권자가 상당히 많으리라는 추측들이다. 8일 밤을 ‘운명의 시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번 선거로 자칫하면 미국이 지금까지 걸어 온 나라의 진로를 거의 180도 대전환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44번이나 대통령 선거가 있었지만 이번 선거처럼 미국과 온 세계에 커다란 충격과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선거도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두 후보는 지금까지의 치열한 선거전을 통해 그들의 세계관을 뚜렷이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은 현재까지 오바마 대통령과 최근의 역대 대통령이 펼쳐 온 것과 같은 국제주의 대원칙을 그 대로 이어받아 미국의 세계 영도권을 굳게 유지하며, 세계의 평화와 질서유지를 위헌 미국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이에 반해 도널드 트럼프는 지금까지 미국이 구축해 온 NATO(북대서양조야기구)나 한.미.일 군사동맹 등 국제 동맹관계를 전면 재평가하고, 세계 각국과 체결한 FTA(자유무역협정)도 모두 대폭 수정 또는 폐기하겠다는 매우 과격한 정책을 전면에 내 걸고 나섰다. 특히 한국에 관한 트럼프의 발언이 가장 빈번했다.
“한국은 엄청 돈이 많다… 지금보다 더 돈을 내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만약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그들끼리 잘 해보라, 행운을 빈다…미국이 핵우산으로 한국이나 일본을 보호한다? 그들이 스스로 핵무장하면 될 것 아닌가…”
이것은 완전한 ‘신(新) 고립주의’이다. 러시아의 푸틴이 구소련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유럽에서 패권적 군사행동을 하더라도, 북한이 적화통일의 야욕을 달성하기 위해 핵무장에 광분하고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일대를 일촉즉발(一觸卽發)의 화약고로 만들고 있더라도, 또  중국이 지역 패권주의를 앞세워 북한을 은근히 비호하더라도 미국과는 직접 아무런 상관이 없고, 돈을 내 놓지 않으면 한국이나 일본도 지켜줄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중대한 인식착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미국이 세계 영도의무를 포기하고 모든 해외주둔 미군을 본국으로 철수해 미국 본토의 껍질 속에 틀어박히기만 하면 아무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가? 그와 같은 어리석은 19세기 몬로(Monroe)주의로는 미국 자체가 멸망한다는 것은 삼척동자(三尺童子)라도 알 만한 일이다.
 
트럼프는 또 한국이나 중국이 미국의 생산공장이나 고급인력들을 모두 빼앗아갔다면서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파기하고 제조업들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트럼프는 그의 무식과 인식착오를 적나라(赤裸裸)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제조업이 망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른 거짓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은 지금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이야 말로 가장 커다란 생산부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제조업은 줄어들기는커녕 1984년 이래로 두 배로 늘어났다. 다만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가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노동력 감소현상은 트럼프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이 세계의 추세인 것이다. 기계의 발달과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의 진화로 공장마다 노동인력이 급격히 감퇴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아직도 이런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모든 인류가 서로 협력하고 개방하여 다 함께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처럼 국경에 철의 장벽을 쌓고 자유무역의 문호를 걸어 잠그고 부자에게만 막대한 감세 혜택을 주는 따위의 무지몽매(無知蒙昧)한 사고방식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모든 시민에게 더욱 고도의 교육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며 사회 전체가 새로운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도록 기동력과 창의력을 북돋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힐러리의 교육보상정책과 자유무역 확대정책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종교논쟁이다. 이들은 미국을 기독교도의 나라라고 주장한다. 어느 의미에서 이 말은 맞는 말이다. 미국인의 절대적 다수가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헌법상의 개념으로는 이것은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미국헌법은 신앙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상으로는 국교(國敎)는 존재할 수 없다. 신앙의 자유란 기독교도나 이슬람교도나 불교도나 모두 똑 같은 신앙의 자유를 보장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낙태나 동성혼인의 경우 이것이 기독교의 교리에 반한다는 이유로 입법 처벌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다. 기독교도가 그 들 끼리 낙태나 동성혼인에 반대하는 데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기독교도가 아닌 시민이 스스로의 자유의사나 의학상의 이유로 낙태하거나 동성혼인을 하더라도 법률로서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명백한 법리(法理)도 무시하고 이 문제를 힐러리 공박에 원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한 강변(强辯)인 것 같다.
힐러리에게도 많은 결점과 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언행은 완전히 미국적인 양식(良識:decency)을 벗어나 있다. 전 국민이 주시하는 TV토론에서 상대방이 여성인데도 “당신 얼굴로는 대통령되기 틀렸다”, “내가 당선되면 당신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다른 연설장에서는 “나보고 어떤 여자를 마구 만졌다는데 사실이 아니다. 내가 왜 그렇게 못생긴 여자를 만지겠느냐?”고 말했다. 잘 생긴 여자라면 마구 만지겠다는 것인가. 이런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어도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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