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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죄와 벌

2016.10.07 17:38

조선편집 조회 수:1127

신문발행일  


북한은 지난 9월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한지 한 달 밖에 안 되었는데 또 다른 도발을 획책하고 있다. 유엔안보리가 이에 대해 어떤 가혹한 제재(制裁)안을 내 놓을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여러 차례에 걸친 북한의 범법행위 때와는 달리 미국이 드디어 직접 칼을 뽑아들었다.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코트(Secondary Boycott)’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가 무섭게 가차(假借)없는 ‘독자적 북한제재’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번에는 특히 중국과 북한과의 비밀 거래를 정조준(正照準)하여 이미 단둥훙샹실업에 대한 사법조치가 진행중이다. 미국은 단둥훙샹 보다도 더 규모가 큰 중국 기업이 북한과 불법 전략물자 거래를 하고 있는 사실을 포착하고 현재 중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으로서도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중국 전체에 대해 결정적인 재정적 보이코트 조치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제적 제재조치 뿐 아니라 북한의 핵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선제공격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국내에서 일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으로서도 그와 같은 시나리오는 한사코 방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러지 않아도 북한 영변 일대의 원시적이고 조악(粗惡)한 핵시설로 그 근방에서는 풀도 나지 않는다는 소식이다. 만약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북한과 핵전쟁이라도 발발(勃發)할 경우 방사진(放射塵)등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중국이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도 종전처럼 애매모호한 양다리 작전을 더 이상 계속하기는 어려운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가장 다급해 진 것은 북한이다. 지금 김정은의 통치자금은 연간 약 2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1 조원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용으로 사용되고,  5000억원은 김 씨 일가의 특권적인 호화생활에 쓰이며, 나머지 5000억원은 통치세력의 충성심 유지비용이라고 한다. 이미 현재까지의 경제 제재수단만으로도 이 통치자금이 종전의 40%대로 줄어들었고 곧 바닥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그러자 기묘하게도 갑자기 한국 국내외의 유수(有數)언론기관에 ‘대북 대화론’ 또는 ‘대북 협상론’주장들이 실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들의 글을 읽어보면 대부분 패턴이 비슷하다. 그들은 글의 90%가까이를 그럴 사 하게 북한 핵개발 규탄에 사용한다. 그러고는 마지막 부분에서 판에 박은 듯이 “이럴 때일수록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면 국면이 풀릴지 모른다”고 감언이설(甘言利說)을 늘어놓는다. 이들은 부끄럽지도 않는가? 햇볕정책과 대화노력이 북한에게 핵개발을 위한 시간과 자금을 제공한 원흉이며, 속은 것은 그들이 아니고 우리 측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 뿐이 아니다. 이들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일부러 빼먹는다. 북한과는 대화나 협상이 가능한 시간이 이미 지나갔다는 사실을 애써 은폐(隱蔽)한다. 북한의 현 집권세력은 이미 유엔의 국제 사법(司法)기구에서 인권을 유린한 흉악한 범죄집단으로 낙인(烙印)이 찍힌 바 있다. 그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당연히 이들은 국제 사법 절차에 따라 형벌을 받아야 할 범죄자들이란 말이다. 인류 사회에서 영구불변(永久不變)한 가장 중요한 규범의 하나가 ‘죄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대원칙이다. ‘죄와 벌’은 전 근대사회에서는 주로 국가 단위로 집행되어 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형사처벌은 국제사회적으로 집행되는 시대의 막을 열었다. 나치 대학살에 대해서는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이, 그리고 일본의 비인도적인 침략과 약탈, 살육행위에 대해서는 극동국제군사재판이 전쟁범죄자들을 처단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착각을 하고 있다. 북한문제는 핵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줄로 알고 있다. 북한이 핵만 포기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들과 손잡고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수십만, 수백만 명을 굶어죽이고, 또 수십만 명을 집단수용소에 감금해 가진 고문과 살육을 자행한 죄, 고모부를 비롯한 수백 명의 간부들을 대공기관포로 학살, 살 한 점 찾지 못하게 한 잔학행위, 그리고 그에 앞서 김정은의 선대(先代)가 저지른 6.25동란으로 수백만 명의 무고한 동족을 살해한 범죄행위에 대한 인과응보(因果應報) 없이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가장 엄한 인륜(人倫)을 우리 스스로가 어긴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 것은 마치 지금 당장 지구상의 모든 감옥을 없애고 죄 지은 자들을 모두 자유롭게 풀어주자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철따구니 없는 일부 정치인들은 이런 범법자에게 쌀을 퍼 주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그들에게 말조심해야지 ‘선전포고’를 해서야 되겠는가?”고 대통령을 나무라기도 한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쌀이 남아도는데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거나 북한 광물과 교환하는 등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자체가 중대한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것을 그는 모르는가? 북한은 핵 개발을 위해 15억 3천만 달러(약 1조7천억원)를 썼는데 이는 북한 주민 전체를 2년 먹여 살리는 돈이라고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우리가 북한에 쌀을 무상공여해도 그 것이 인도적으로 난민에게만 간다는 보장은 절대로 없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돕는 방향으로 사용되고 마는 것이다. 또 만약 우리의 쌀과 북한의 석탄을 맞바꾼다면 이것이야 말로 유엔안보리가 금지한 북한 돕기 위법 거래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 따위 말을 아무렇게나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의 대통령 후보라고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툰다니 모두 얼이 빠졌는가?  
박지원 국민의 당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주민에게 ‘남한의 품에 안기도록’ 권유한 말을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박 위원장은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남한에 대해 “서울 불바다”위협을 가하는 데 대해서는 왜 입을 꼭 다물고 있는가? 동족에게 핵폭탄을 퍼붓겠다는 북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북한주민에게 자유를 찾아라는 말에는 펄쩍 뛰고 대경실색(大驚失色)하다니 그야 말로 그의 두뇌 파장(波長)이 남 북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알 만 하지 않는가?
인륜을 저버리면 그 사회나 나라는 망한다. 우리는 통일문제에서도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감상적 포퓰리즘을 배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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