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란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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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발행일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제1자 TV토론이 있은 이틀 후인 지난 28일자 뉴욕 타임스는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논설위원의 칼럼을 실었다.
“Trump? How Could We?(트럼프? 우리가 어쩌다가?)”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프리드먼은 “우리가 어쩌다가 트럼프와 같은 사람을 이토록이나 백악관에 가까이 오게 했는가?”라고 개탄했다.
 “트럼프는 ‘변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 변화를 약속한 사람이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것은 병신(sucker)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1억명이나 되는 청중 앞에 감히 나타날 수 있는 사람-‘머리가 돈 이웃 아저씨’정도의 교양(sophistication) 밖에 없으면서 중대한 사안들에 대해 마음대로 지껄이는 사람,  그래도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변화는 미국에서는 거들떠 볼 가치도 없다.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다는 것은 미친 짓(insanity)”이라고 프리드먼은 그의 칼럼을 끝맺었다.
 
아무튼 미국 대선의 제1차 TV 공개토론은 힐러리의 압승으로 끝났다. 미국 대선 TV토론에는 한 가지 징크스가 있다. 지지율 격차가 5% 미만인 경우 1차 TV토론에서 이긴 후보가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이다. 1980년 이래 한 번도 예외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26일의 1차토론이 끝나자 트럼프는 굳은 표정으로 얼마 있지 않다가 토론장을 빠져나갔으나 힐러리 측은 웃음꽃을 피우며 오래도록 가족, 친지들과 현장에 머물고 청중들과 환담하는 모습이 보였다.
필자도 안도의 큰 한숨을 쉬었다. 물론 아직 속단은 이르다. 그러나 힐러리의 건강상태가 썩 좋지 못한데다가 상대방인 트럼프는 리얼리티 쇼에서 오래 단련된 TV 화술(話術)의 달인이 아니었던가? 만약 이날 트럼프가 조금이라도 앞섰더라면 세계에서 가장 기뻐 날뛴 것은 평양의 김정은이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토론에서도 NATO나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의 귀에 거슬리는 발언을 했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더 돈을 많이 내지 않으면 동맹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힐러리는 한국을 비롯한 모든 동맹국과의 약속을 확고히 지키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도대체 돈을 더 안내면 동맹을 파기하겠다는 것이 말이라도 되는 일인가? 물론 아무리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서로가 최선을 다 해 비용을  나누어 분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일이다. 그러나 하나의 동맹관계는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맺어지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을 버리고 미군을 다 철수해도 하나도 미국에 손해되는 일이 없다- 지금 미군이 나가 있는 것은 오직 한국이나 일본이 애걸복걸(哀乞伏乞)하기 때문에 마지못해 그러는 것뿐이다- 돈 안 주는데 무엇 때문에 위험한 곳에 미군을 보낼 필요가 있느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 날로 모든 동맹관계는 즉시 와해(瓦解)되고 마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트럼프가 특히 한미동맹에 관해 결정적으로 파괴적인 방언(放言)을 한 사실은 이 칼럼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만약 북한이 (남한을) 공격해 오면 너희들 끼리 잘 해보라, Good luck!”, 이 한 마디는 김정은에게는 남침 공개 초대장이나 다름없이 들렸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필자가 트럼프만 욕하고 힐러리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인가고
따진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이 즉시 남침하여 더욱 참혹한 제2의 6.25동란이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 한데 올바른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어찌 트럼프의 당선을 바라보고만 있겠는가?
그 뿐이 아니다. 필자는 이번 TV토론회를 보고 트럼프에 대한 인간적인 증오심마저 생기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정적(政敵)이라 할지라도 후보도 모두 사람들이다. 더구나 상대는 여성이 아닌가? 그런데 무례(無禮)하게도 힐러리를 정면으로 노려보면서 “당신의 얼굴은 대통령 감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신은 스태미나가 없어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이런 모욕적인 말을 꼭 해야 그가 더 남성다워 보이고 대통령 감으로 더 확실하게 부각되리라고 생각했다면 참으로 머리가 나쁜 사람이다. 이에 대해 힐러리는 즉각“그런가?  그렇다면 누구든지 세계112개 나라를 찾아다니면서 평화협정이나 휴전협정을 교섭하고, 구금자 석방을 교섭하고, 국가 간의 새로운 기회를 터고, 그러고도 11시간이나 의회에서 증언청취에 응해 본 다음에 나와 스태미나 예기를 해 보자”고 응수하자 장내가 떠나갈 듯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어 오래 참았던 힐러리의 분통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이 사람(트럼프)은 여성을 돼지, 뚱보(slob),개라고 불렀고, 임신한 여자는 경영주에게 귀찮은 존재라고 했고, 여자들에게는 남자와 똑 같은 급료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미인대회를 좋아했으나 그 중의 한 여성을 라틴아메리카 여성(Latina)이라고 해서 미스 돼지(Piggy), 미스 하녀(下女:Housekeeping)라고 불렀다. 당신도 그가 누군지 잘 알 거다. 그의 이름은 Alica Machado(1996년도 미스 유니버스)였다!.”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뉴욕타임스의 프리드먼이 제기했던 의문에 대한 답을 다시 찾아보자.
도널드 트럼프가 그동안 승승장구(乘勝長驅)한 것은 지금의 미국인들, 그 중에서도 중산층 백인들이 느끼는 온갖 고통과 불평을 현 미국정권인 오바마 행정부와 힐러리 클린턴의 잘 못으로 몰아붙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내세운 대안(代案)이 문제였다. “우리의 일자리가 도둑맞는 것을 막고 우리의 기업들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세계와 맺은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파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구호는 ‘미국을 또다시 위대하게’였지만 사실은 미국이 전 세계에서 철수하여 헌 껍질 속으로 꽁꽁 숨어버리는 ‘신 고립주의’에 불과하다. 
이것은 필패의 망국(亡國)전략일 뿐 아니라 세계를 다시 옛날의 혼란시대로 되돌아가게 하는 용서 못할 반인류적 행위이기도 하다는 것을 도널드 트럼프는 아직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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