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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없는 질문 있을 때 잘 해! – 당.근.!

2008.07.15 14:08

chosun 조회 수:5087

신문발행일 2008-07-17 
C||3||box||3||||사람의 예감이란 오묘하다. 며칠전부터 지난 1년 여 간  길러오던 순종 혈통의 골든 리트리버인 럭키, 아이비가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이 갑자기 이 녀석들이 보고 싶었다.
강아지때 거액을 주고(순종인지라) 분양받아 내 침대를 나누어 쓸정도로 난 이 놈들과 사람 이상의 정이 들었다. 몸짓이 커지니 이제 온 가족의 반대를 무릎쓰고 성견 2마리를 돌보는 것은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음악원에 데리고 다니기도 했지만, 견공 싫어하는 학부모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아, 이 귀여운 놈들은 주인 잘못 만난 죄로 귀족(?)의 몸으로  땡 볕을 온 몸으로 감수하는 형(?) 살이를 하기도 했다.
생각끝에 음악원 선생님 중에 부모님이 농장을 하시는 분이 계셔, 두 마리를 부탁 드렸었다. 그 농장에는 마침 2마리의 강아지가 함께 있는터라 럭키와 아이비는 넓은 농장을 마음것 뛰놀며 새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정이라는게 참 무시못할 순수한 느낌과 감정인가 보다. 시집 간 딸의 빈 방에 우둑커니 앉아 있는 부모처럼, 이들을 떠나보내고 나니 내 마음이 휑 했다.
그날은 갑자기 이놈들이 너무도 보고 싶었다. 일이 손에 답히지않을 정도로 하루종일 이 놈들 생각만 했다. 냉큼 달려가서 보고도 싶었지만 맡긴지 얼마나 됐다고… 새 주인에게 예의가 아닌듯해서 꾹꾹 참았었다. 힘든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새 주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Hello, Mr. Lee, I’m sorry but I should give you bad news”
럭키가 자동차에 치여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서 수술을 다 마치고 퇴원을 기다리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했다.
예감이 맞았다. 왜 이놈들이 갑자기 생각이 났었는지…. 새 주인에게  끝까지 돌봐줘서 고맙다라는 인사를 마치고 전화기를 내려놓고서 난 사무실에 주저 앉아 엉엉 울었다.
골든 리트리버 중 밝은 색 털을 가진 아이비(female) 비해 럭키(male)는 짙은 골든 이었다. 럭키는 총명한 눈을 가진 매우 잘생긴 몸과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매사 영리한 아이비에 비해 모든게 한 수 늦었다. 덩치에 비해 겁도 많아 처음엔 밴에 오르내리는 것도 도와 줘야했다. 수영도 한참을 멈칫하다 나중에서야 물에 들어가곤 했다. 모범생 아이비에 비해 말썽도 많이 폈다. 침대 위에 절대 올라오지 않는 아이비에 비해, 한 대 맞아도 기를쓰고 침대 위에 올라와 나를 밀쳐내는 미련맞은 놈이 럭키였다.  
부족한 자식에게 정이 더 간다나, 두 녀석을 새 주인에게 보내고 나서 이상하게 아이비보다 럭키가 더 눈에 밟혔었다.  
그런 럭키가 죽었다. 늘 2% 부족했던 럭키, 말썽쟁이에 엄살에 겁쟁이… 화가날땐 인간에게 하지못한 심한 욕들도 이 놈이 대신 들어야 했다. 엄청 먹어대는 두 놈의 먹성에 크로커 $4.99 짜리 사료 먹였는데… 그렇게 키운 것이 미안했다. 좋은 것, 맛있는 것 먹일 것을… 야단치지 말고 칭찬해줄 것을… 한 번 더 쓰다듬어 줄것을….
아이들에겐 당분간 비밀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일을 계기로 두 딸아이에게 더 칭찬해주고 더 용기 주고 더 사랑해주자고 마음 먹었다. 있을때 잘하자. 후회되지 않게 누구에게도 잘 해주자. 하지만, 작.심.삼.일… 며칠 뒤 난 둘째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빠가 바이올린 연습하라고 했는데 왜 안했지?” 점점 높아지는 내 목소리는 럭키를 보내고 다짐했던 내 결심을 흔적도 없이 삼키었다.  
소리 지르지 않고 좋게, 멋지게 얘기할 수 있었을 텐데… 잠잠해지니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있을 때 잘 해! 잘해주는 게 뭘까?’  – 못해 주지 않는 것? – 이것은 대답없는 질문이 아니다. 질문조차 필요없는 당연히 해야 하는 당.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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