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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발행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세기의 이변이라고 호칭할 만하다.
첫 째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거의 모든 언론기관들이 마지막 날까지 트럼프의 낙선(落選)과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언했었던 것이 완전히 빗나갔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와 실지 기표소(記票所)에서의 심리 변화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게 마련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렇더라도 예상이 이런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빗나간 예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둘째로는 너무나 많은 미국인들이 트럼프는 대통령 감이 못 된다고 경멸(輕蔑)했었다. 여성 비하나 인종차별을 일삼아 대통령에 걸 맞는 품격(品格: decency)도 없고, 일생을 돈벌이와 투기에만 몰입한 사람으로서 미국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국제정치에 관한 지식이나 통치 식견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지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도 뉴욕을 비롯한 미국 각지에서 성 난 시민들이 아직도 거리에 나와 트럼프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연일 벌이고 있는 것도 미국으로서는 매우 보기 드문 광경이다. 원래 미국은 선거가 끝나면 즉시 모두 싸움을 그치고 새로 된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인정하고 축하해 주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왔다. 이번에도 낙선자인 힐러리는 투표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패배를 인정하고 트럼프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대 국민 연설을 통해 “매우 고통스럽기는 하나 그래도 새 대통령을 모두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도시에서 시민들이 계속해서 트럼프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은 미국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큰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트럼프가 선거 기간중에 뿜어낸 여러 공약(公約)들을 보면 그대로 참고 넘어가기 힘든 것들이 수없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는 당선되면 제일 먼저 멕시코 국경에 철벽을 쌓을 뿐 아니라 태스크 포스(Task Force)를 편성해 미국내의 모든 불법거주자들을 색출해서 추방하는 것을 첫 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또 제일 먼저 특검(特檢)을 편성하여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 뿐인가? 유럽이나 한국, 일본 등에 파견된 미군에 관해서는 방위분담금을 더 많이 내놓지 않으면 모두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 미 FTA(자유무역협정)등으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으니 모든 FTA를 파기 또는 재협상하고, 중국 등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여러 차례 소리쳤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들이 말 그대로 실천에 옮겨질 경우 이로 인해 기존 국제질서가 완전히 붕괴되고 그 결과 미국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와중(渦中)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했던 매우 신기한 새 소식에 접해 모두 어리둥절하고 있다.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와의 전화 통화 내용이다. 선거기간 중에 그렇게도 한국에 대해 가혹한 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가 갑자기 한국인의 마음에 쏙 드는 말만을 골라 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트럼프 당선자는 “북한 문제를 포함한 대통령님 말씀에 100% 동의한다”고 말하고 “미국은 한국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며, 흔들리지 않을 것(We are with you all the way and we will not waver)”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미국은 한국과 100% 함께 할 것(We are going to be with you 100%)”이라고 재강조하고 “북한의 불안정성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한국과 굳건하고 강력하게 협력할 것(We will be steadfast and strong with respect to working with you to protect against the instability in North Korea)”이라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자의 조속한 방한을 요청하자 그는 쾌히 수락하고 “대통령님과 함께 할 것이며, 한미 양국은 함께 함으로써 안전할 것(I am with you. We will all be safe together)’이라고 다짐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엊그저께까지도 “돈 더 안 내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북한이 남한을 침공하면 너희들끼리 잘 해보라, 행운을 빈다…미국의 핵우산? 한국이나 일본이 스스로 핵무장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던 사람이 바로 그가 아니었던가?
우리가 놀란 것보다도 북한의 김정은이 더 놀라 자빠졌을 것이다.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적화통일 기회가 왔다”면서 트럼프가 당선되기만 학수고대(鶴首苦待)하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이 같은 트럼프의 갑작스런 변신을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의 비상한 영리(怜悧)함을 칭찬하기도 한다. 이번에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미국의 중산 급 이하 백인들을 선동하여 미국판 ‘무화대혁명’을 일으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게 만들려면 철두철미(徹頭徹尾)하게 그들과 호흡이 같아야 한다. 지적(知的)수준도 그들과 똑 같게 확 낮추어야 한다. 앞뒤 가리지 않고 그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이라면 아무리 조리에 맞지 않더라도 서슴없이 내뱉어야 한다. 그러나 당선되기만 하면 모두 잊어버려도 된다. 선거공약은 다 지키지 않아도 좋다는 불문율(不文律)도 미국에는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대통령의 식견이 그다지 높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한다. 밑에서 보좌해주는 사람들이 훌륭하면 되는 것이고, 또 여러 가지 정부 시스템이 대통령의 잘 못을 시정해 주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들은 모두 매우 위험한 궤변(詭辯)에 불과하다. 대통령 자신에게 높은 식견이 없으면 밑에서 올라오는 의견들을 정확히 식별하여 취사선택(取捨選擇)할 수도 없다.
무릇 지도자의 자격은 그가 시대정신을 정확히 파악하고 세계 인류의 공영(共榮)을 위한 탁월한 미래 디자인을 갖고 있느냐에 달렸다. 이와 같은 미래 구도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일생을 돈 벌이에만 몰두한 사람에게서 이런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이번 트럼프 이변은 미국과 온 세계에 재앙(災殃)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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