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란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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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발행일  


한국은 지금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 서 있다. 북한은 지난 22일에도 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서울 불바다”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서울에 10kt급 핵폭탄이 떨어지는 경우 최소 20여만 명이 사망하고 50여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것과 함께 수십만 명이 방사능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이 서울 뿐 아니라 미국 본토를 향한 ICBM(대륙간탄도탄) 핵공격 능력도 거의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미국 내에서도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 내정자는 지난 20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위험(most likely threats)이자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이라고 증언했다. 오바마 행정부 초기의 합참의장이던 마이크 멀린은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긴급한 안보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의 대응태세를 살펴보면 하늘을 우러러보고 긴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야당 지도자 들이 아직도 사드(THAAD)한국 배치에 반대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들은 아직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높이 받들고 오늘날 북한이 핵무장을 거의 완성하게 된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햇볕정책을 내팽개쳤기 때문이라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야 말로 북한에게 핵무장에 필요한 자금과 시간을 벌게 해 준 원죄(原罪)라는 것을 이들은 아직도 애써 부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당 조차도 말로는 “안보는 보수”라고 내 걸면서도 햇볕정책 감싸기에 급급하다. 국민의당으로서는 지난번 총선에서 호남을 휩쓸었고, 차기 정권을 노리는 입장에서도 호남 인심을 붙들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김대중 선생’이 시작한 햇볕정책을 욕할 수는 없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햇볕정책 옹호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한국이 햇볕정책을 펴고 있었던 기간에는 북한도 핵개발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한국이 햇볕정책을 포기하자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북한이 첫 번째 핵실험을 한 것이 언제인가? 2006년 노무현 정권 때가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햇볕정책 계승자임을 만천하에 자랑하던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는 “북한의 핵개발에는 일리가 있다”고 까지 말한 바 있다.
도대체 핵 개발을 시작해서 첫 핵 실험에 성공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이것만 보더라도 북한이 김대중 대통령 임기중에도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핵개발 작업을 해왔다는 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속았다’, ‘몰랐다’는 것으로 그 책임이 면제될 일이 아니다. 역사의 법정(法廷)에서는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을 뿐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내세워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물심(物心) 양면으로 방조(幇助)한 데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날에도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무리들이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다만 요즘에는 햇볕정책이라고 하지 않고 말을 바꾸어 북한과 ‘대화’ 또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재(制裁) 일변도로는 해결이 안 되니 대화를 곁들여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교묘히 속삭인다. 청와대 여 야 대표 회의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북 특사를 보내자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 북한에서 큰 수해(水害)가 났는데 이럴 때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 동족애(同族愛)를 부추기면서 국면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감언이설(甘言利說)한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이 바로 엊그제 있었고 미국 일부에서 선제(先制)공격을 들먹이는 판에 수해위문단을 보낸다? 이런 정신나간 말을 야당 지도자들이 하고 있으니 북한도 우리를 얕보고, 중국도 무례한 공갈협박을 일삼게 된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여야 지도자들의 안보관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 한국 배치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도대체 그는 지난 대통령선거 때 NLL(북방한계선)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말했었다. 그 후 남북정상회담의 내용이 밝혀져 노 대통령이 한국의 모든 해군력을 NLL에서 철수시킬 의향이 있음을 김정일에게 밝힌 사실이 알려지고 난 다음에도 이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얼버무리고 있는 상태이다. 지난 대선(2012년) 직후에 있은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문제인 후보를 찍지 않은 유권자 중 20%가 문 후보의 ‘친북 성향(12%)’, ‘좌편향(8%)’을 문제삼았다고 한다.
요즘 여론 조사상 언제나 차기 대선 유망1위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퇴임 후 남북한 화해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의 외교보좌관, 외교통상부 장관을 거쳐, 노 정권 때 유엔 사무총장 직에 올랐다. 말하자면 ‘노무현 맨’이었던 셈이다. 그런 인맥을 배경으로 한 반 총장이 항설(巷說)에는 새누리당 친박(親朴)계의 추대로 차기 대권에 도전하리라고 한다. 그러나 그가 어떤 정견(政見)을 갖고 있는지, 민주국가의 지도자로서의 자격과 능력이 충분한지 한 번도 검증을 받아 본 일이 없다. 가장 위험한 것은 그가 북측과 어떤 특수 루트를 갖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듯한 점이다. 도대체 유엔 사무국의 수장으로서 북한의 실상을 가장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입장에 있는 그가, 북한과 대화를 통해 어떤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가 커다란 결격사유가 아닐 수 없다.
여론조사의 결과를 꼭 믿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1, 2, 3 순위를 달리는 인물들의 면면을 볼 때 일반 국민들의 시국관이나 안보관에도 문제가 있지 않나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욱 확고한 국론통일이 최우선 과제이다. 이와 아울러 국론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강력하고 투철한 새 지도자의 출현이 절실히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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