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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불길(不吉)한 예감

2016.09.16 16:59

조선편집 조회 수:1233

신문발행일  



원래 생활의 지혜의 하나로 “재수 없는 얘기는 입 밖에 내지 말라”는 것이 있다. 좋지 못한 일을 자꾸 입밖에 내 떠들면 재수가 더 나간다는 속담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 세속(世俗)에 관한 교훈일 뿐, 국가나 민족에 관한 문제에도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와 겨레에 관한 일은 아무리 험한 일이라도 재수 없다거나 불길하다고 모두 말을 피하고 대비책을 소홀히 한다면 머지않아 큰 재앙(災殃)이 소리 없이 들이닥칠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지금 매우 불길한 암운(暗雲)이 드리워지고 있다. 문제의 발상지(發祥地)는 바로 미국이다. 앞으로 50일도 남지 않은 오는 11월8일에 있을 대통령선거의 결과가 한국에 너무나 큰 충격을 불러올 가능성이 짙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싸움은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서도 클린턴 측이 상당히 넉넉한 여유로 승세를 굳히는 듯싶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9.11테러 15주기 추모식에서 클린턴이 갑자기 휘청거리며 퇴장하고 승용차에 실려나간 광경이 영상으로 온 세계에 방영되자 정세가 돌변했다. 그 동안 트럼프 측에서는 클린턴이 여성인 점을 들어 자기만큼이나 정력적으로 미국의 적들과 싸울 패기(覇氣)가 없을 것이라고 비꼬아왔던 터이다. 이 소동으로 클린턴의 당선가능성이 며칠사이에 72%에서 58%로 급락한 반면, 트럼프는 28%에서 42%로 급상승한 것만 보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만 하다. 거기다가 오는 26일에는 마지막 관문인 후보간 토론이 기다리고 있다. 어느 쪽의 말실수 하나로 전세가 완전히 뒤집힐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시 말하면 그 동안 그렇게도 광대(clown)나 코미디언처럼 비치고, ‘국가적 망신’(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말)이라는 혹평을 받던 트럼프가 최종적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지금으로서는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심리적으로는 원자폭탄이 서울에 떨어질 것이라는 비유(比喩) 만큼이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첫 째로 그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국에 대한 핵우산 공약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생각으로는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킬 아무런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미 FTA도 미국에 큰 재앙을 끼쳤을 뿐이라면서 폐기할 뜻을 비쳤다. 그는 한국과 일본 등은 스스로 핵무장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하고 북한이 공격해 와도 “너희들 끼리 잘 해 보라, 행운을 빈다(Good luck!)”고 냉소하기까지 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우산 철수에 관한 발언이다. ‘핵우산’에 관해서는 한국 내에서도 일부사람들이 그릇된 개념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여기서 지적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해서는 사드와 같이 공중 요격하여 막아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술적으로도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만약 적이 핵공격을 감행하면 즉각 이에 대한 보복 핵공격을 해 주겠다는 약속이다. 만약 북한이 한국을 핵공격하면 미국은 이것을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과 동일시하고 미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완전히 응징, 전멸시키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자살을 각오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핵우산 공약이 있는 한 북한의 핵은 이미 쓸래야 쓸 수 없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북한과 같은 위험한 집단이 핵장난을 할 경우 환경 파괴나 핵 제조상의 대형사고 발생 우려가 크고, 인접국들의 연쇄적인 핵개발 경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평화를 위해 이를 금지하고자 공동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광인(狂人)의 손에서 칼을 뺏는 것이나 같은 이치이다.
이런 것도 아는지 모르는지 트럼프는 덮어놓고 한국에 대한 핵우산 공약을 파기하겠다고 망언했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한국에 대한 핵우산 공약을 취소한다면 그 것은 바로 북한의 남한 전면 공격 초대장이나 다름없다. 한국도 초단시일내에 핵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여려 차례에 걸쳐 유엔의 대 북한 제재결의안이 채택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최종 무기화 단계에 다다를 때까지 방치되어 온 배경에는 중국의 책임이 크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결의안에는 북한 민생을 위해 불가피한  지원에 대한 면제항목이 있어 악용(惡用)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현재 유엔안보리가 긴급회의를 거듭하며 작성중인 새로운 제재안에서는 이 같은 면제항목이 삭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여전히 중국의 허점(loophole)을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에 결정적인 중국 견제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대로 사용되어오지 않았다는 비판의 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미국은 금년 들어 의회에서 북한제재법(North Korea Sanctions and Policy Enforcement Act)을 통과시켜 미국의 독자적 제재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놓았다. ‘Secondary Sanction’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하여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의 은행에 대해 미국이 금융거래를 금지토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은 북한과 불법거래한 중국 금융기관에 대해 한 건도 이 법을 발동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15일 특별성명을 내고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유엔안보리가 아닌 개별국가의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고 다시금 날을 세우고 있다. 물론 이 문제는 미국으로서도 양날의 칼일 수 있다. 중국에 금융제재를 가할 경우 중국 뿐 아니라 미국도 대 중국 무역에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餘波)도 엄청나리라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강경수단을 들먹이지 않는 한 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설 까닭이 없다.
그러나 저러나 우리는 불길한 예감이 한낱 기우(杞憂)에 불과하기를 기원한다. 트럼프가 낙선하고 중국이 본격적으로 북한 핵 해결에 나서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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