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란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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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발행일  


도널드 트럼프의 난폭하고 상식을 벗어난 선동정치는 이제 그 도를 넘어 ‘깡패정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실지로 그는 연설 도중 “그자들을 주먹으로 패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는 최근에는 “힐러리가 집권하면 대법관 임명권을 통해 미국 국민의 총기소지 자유권을 박탈할 것”이라면서 미묘한 말의 뉘앙스를 통해 힐러리 암살을 시사(示唆)선동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언동들에 대해 미국 시민들로부터 규탄의 소리가 높아지자 트럼프는“농담으로 그랬을 뿐”이라고 발뺌하고 있으나 이를 곧이듣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가 국제외교적 현안에 관해 내뱉는 말들은 벌써 세계 각국의 국민들에게 심각한 우려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주둔비용을 그 나라가 전담(全擔)하지 않으면 나토(NATO)를 비롯 한국 등 해외에 파견되어 있는 미군을 모두 철수하겠다는 말은 그가 얼마나 국제정치의 내력에 대해 무식한가를 폭로하고도 남는다. 만약 그런 사태가 실지로 일어날 경우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질 뿐더러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고립과 무력화를 통해 미국 스스로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사태가 일어나리라는 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특히 한국에 대해 “북한이 쳐들어오면 너희들 끼리 잘 해 봐, 행운을 비네”라고 비꼬는 말을 해 한국인들의 가슴에 천추(千秋)에 잊지 못할 상처를 입혔다. 그는 이같은 악의에 찬 방언(放言)이 혈맹(血盟)인 한미관계에 얼마나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는지 아직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깡패의 가장 큰 특징은 막말을 함부로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막말 중 가장 심한 것을 뽑으라면 오바마 대통령을 IS(이슬람 국가)의 창설자(founder)라고 공언한 부분일 것이다.
지난 10일 플로리다의 한 집회에서 트럼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존경한다. ISIS가 오바마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말이다. 그는 ISIS의 창설자이다. ISIS의 창설자란 말이다, OK? …그리고 공동 창설자는 비뚤어진 (crooked) 힐러리 클린턴이다. 공동창설자, 비뚤어진 힐러리 클린턴. 이것이 사실의 전부이다.” 당시 이것을 들은 청중들은 큰 환호성을 올렸다. 그러나 미국의 더 많은 사람들은 IS가 쿠르드 족 병사들을 목 베는 비디오를 방영하면서 “오바마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곧 미국에 쳐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백악관에 들어가서 너의 목을 자르고 미국을 이슬람의 한 변방으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보고 알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아마도 트럼프는 이미 정당한 방법(civil means)으로 이긴다는 생각은 포기한 것 같다”고 경계(警戒)했다.  
깡패의 또 하나의 특징은 허세(虛勢)를 부린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스스로가 사업의 천재로 억만장자라는 것을 말끝마다 자랑한다. 그러면서 그가 집권하면 미국도 경제적으로 크게 번영하도록 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그는 그의 사업을 통해 나라에 납부한 세금의 내역(內譯)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11월 선거일 전까지는 공개하겠다고 약속하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공개하지 않고 넘어갈 공산이 더 크다는 것이다. 만약 그가 스스로 말하는 대로 사업에서 크게 성공했다면 그에 상응한 상당액수의 세금 납부실적도 자랑스럽게 발표해야지 미적거릴 이유가 없다. 결국 일반적인 추측으로는 트럼프가 납부한 세금액이 이상할 정도로 적거나, 아예 하나도 납부한 것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실지로는 그가 하나도 돈을 벌지 못한 빈털터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설명은 돈은 벌었으되 분식(粉飾)회계를 꾸며 장부상으로는 돈을 번 것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손해만 보았다고 허위보고함으로써 불법 탈세를 일삼아 왔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죽어도 선거 전까지 그의 세금 납부사항을 공개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실지 상황이 어느 경우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미국 국민들은 그를 더러운 사기꾼으로 보고 결코 용서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것보다도 더 중대한 해독을 트럼프는 미국에 끼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그는 미국의 ‘동물적 야만성bestiality)을 우리에서 풀어놓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집회에서 어떤 사람은 힐러리의 벵가지(Benghazi) 사태 처리를 맹렬히 비난하고 “그를 총살해야 한다”고 소리 질렀으나 아무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제는 집회마다 힐러리에 대해“Hang the bitch!(그녀를 목매달아라)”라는 증오의 구호가 자주 들린다고 한다. 역사상 미국의 정쟁(政爭)이 아무리 심했을 때라 할지라도 상대방 후보를 죽여야 한다고 외쳐댄 사례는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평화적인 민주주의 선거가 아니라 폭력 내란 선동이나 다를 바 없는 망동(妄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뉴욕타임스의 논설위원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최근 기고문에서 미국의 현재 선거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그의 고향은 오리건주의 포리스트 그로브(Forest Grove)이다. 언제나 따뜻하게 방문객을 환영해주는 아담한 농촌이다. 그러나 지난 봄 한 고등학교에서 백인 학생들이 “Build a wall!(장벽을 쌓자)”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라틴 계 학생들을 조롱(嘲弄)하기 시작했다. 한 백인 학생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슬람 계 학생에게 “나는 트럼프를 지지한다. 왜냐하면 그가 대통령이 되면 너 같은 모든 이슬람교도들을 죽인다고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굶주린 맹수(猛獸 beast)를 우리 밖으로 풀어놓고 먹이를 던져주었다. 이번 선거가 끝나더라도 우리가 이 맹수를 다시 우리 속으로 가두어 넣으려면 한참 오래 걸릴 것이다”라고 크리스토프 논설위원은 개탄했다.
 
이미 11월8일 대통령선거의 대세는 기울어진 것 같다. 문제는 ‘정당한 방법’으로 승리할 수는 없다고 깨달은 트럼프가 마지막 수단으로 어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던질 것인지 예의(銳意)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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