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란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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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발행일  



어쩌다가 온 세계가 3류 정치인들만이 발호(跋扈:함부로 날뜀)하고 득세하는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중국, 일본, 유럽을 막론하고 막말과 극단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권세를 휘어잡은 자격 미달의 정치지도자들이 바야흐로 세계를 전세기적인 혼란 시대로 퇴보시켜가고 있다. 
우선 미국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어 오는 11월 8일 제45대 대통령 자리를 놓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승패를 겨룬다. 클린턴은 이미 미국 국무장관의 경력을 거쳐 나름대로의 정치적 식견과 경륜을 쌓아 충분한 지도자 자질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불과 1년전에 지지율 1%의 무명(無名)에서 시작한 완전한 풋내기 정치인이다. 그는 처음 정치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기괴(奇怪)한 언동으로 사람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최근에는 그의 이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상궤(常軌)를 이탈한 방언(放言)을 남발하고 있다. 특히 국가 안보문제에 관한 그의 발언들은 그가 얼마나 현 세계사에 대해 무식한가를 여지없이 폭로하고 있다. 그는 유럽을 비롯, 한국, 일본 등에 있는 모든 해외 주둔(駐屯)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돈이 너무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을 방어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미군도 미국 안에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쏘아붙인다. 그러나 이는 모두 틀린 말이다. 한국이나 일본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이 본국주둔보다 돈이 덜 든다는 것을 모르는 군사전문가는 없다. 또 1~2차 세계대전을 겪고서도 이같은 쇄국(鎖國)주의 발언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2차대전 후에도 만약 나토(대서양조약기구)가 없고 미군이 유럽에 주둔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은 동유럽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아마도 영국까지도 소련의 위성국가가 되고 미국은 소련의 포위망에 완전히 고립되었을 것이다. 이런 것도 모르고 그의 이같은 폭언에 크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청중들의 수준도 문제이다.
최근에는 그의 정신이 확실한가 의심하는 말이 들리기 까지 한다. 그의 연설 내용이 점점 지리멸렬(支離滅裂)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펜스(Pence부통령 후보)는…나는 이라크 문제에 대한 판단이 옳았다…힐러리 클린턴은 정신이 비뚤어진 거짓말쟁이다…나는 브렉시트 문제에 관해 옳았다…펜스는…힐러리 클린턴의 광고는 모두 거짓말이다…우리는 석탄(石炭)산업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기독교인들은 나를 사랑한다…펜스는 잘 생겼다…워싱턴의 내 호텔은 참 잘 돼 가고 있다…”
트럼프는 또 북한 김정은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나쁘게 얘기하지 않는다. 김정은과는 햄버거를 나누면서 얘기 못할 것이 없다고 했고, 푸틴에게는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중 삭제된 3만 건을 모두 해킹해서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은근히 치켜세웠다.  김정은과 푸틴도 트럼프를 싫어 할 이유가 없다. 김정은으로서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을 철수할 뜻이 있다는 것이고, 북한이 남한을  공격해도 “너희들끼리  잘 해 보라, Good luck!”이라고 말했으니 김정은으로서는 “드디어 적화통일의 기회가 오는구나”고 가슴이 뛸 수밖에. 그러나 힐러리는 김정은을 ‘가학적 독재자(sadistic dictator)’라고 호칭하고 집권하면 북한 문제를 최우선 이슈로 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또 러시아는 유럽에서 미군이 철수하여 대서양조약 기구가 와해되는 것을 열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동 유럽을 시작으로 유럽 전체를 러시아의 세력권으로 장악할 호기가 오는 것이다.
중국도 힐러리보다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기는 마찬가지이다. 중국은 최근 가로 늦게 패권(覇權)주의로 급속히 되돌아가 미국과 일일이 각을 세우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초기에 부르짖던 세계와의 온건 화평주의가 벌써 온 데 간 데 없다. 시진핑은 해외 순방 때마다 “각국이 중국 발전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해 왔다. 그러던 중국이 세계 무역의 공공 통로인 남중국해를 통째로 자국 영해(領海)로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러한 중국에 대해 트럼프는 말끝마다 “중국이 미국을 rape(강간)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중국과 무력으로 대항하기 보다는 관세 장벽 등으로 중국 상품을 미국시장에서 몰아내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런 트럼프에 비해 클린턴은 필요하다면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해 무력으로라도 징벌을 가할 결의가 단단하다. 당연히 중국은 까다로운 클린턴보다 트럼프를 선호할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같으면 굳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이런 뜻에서 본다면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기 전에 한국정부가 서둘러 사드 배치문제에 대한 결단을 내린 것은 혹시 있을 지 모를 트럼프 당성에 대비한 슬기로운 예비조치였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정치상황이 더 큰 문제이다. 북한의 핵과 유도탄 위협이 최악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북한의 선의(善意)여하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김정은이 한반도 지도를 펴고 유도탄 공격으로 위협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보고서도 사드 배치에 ‘결사반대’라니 이런 얼빠진 행위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도 모든 야당 지도자들이 사드 반대를 한 목소리로 제창하는가? 특히 ‘안보는 보수’를 내 걸던 국민의 당의 사드 반대는 뜻밖의 일이다. 안철수, 천정배 전 공동대표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모두 나와 국회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사드 반대시위를 벌인 것을 보고 한 없는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는 “김정은에 대한 비굴한 아첨”이라는 국민들의 비아냥 소리도 들리지 않는가? 대한민국은 지금 유사(有史) 이래 가장 위태로운 국난에 직면하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의 일치단결뿐이다. 사드 이상의 것으로라도 단호히 나라를 지키겠다는 결의 없이는 길이 뚫리지 않는다. 이를 외면하고 붉은 플래카드를 앞세워 사드 반대시위에 나선 국민의 당에는 아무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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