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란타 조선일보

   





주필 칼럼
김상진
추천도서
최재휴
빛과 소금
박승로
생각의 숲
신윤일
믿으며 살며
심호섭
의학칼럼
김정범
CPA 코너
박영권
통통통칼럼
오흥수
경희한방의료
김덕진

신문발행일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 확정은 미국 역사상 가장 특이하고 신기한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다. 불과 1년 전(2015년 6월16일) 대통령 후보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하더라도 불과 1%의 지지율 밖에 얻지 못했던 그가 16 명의 쟁쟁한 경쟁자를 모두 도중하차(途中下車)시키고 지난 19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그의 승리는 비록 정치 주류들이 볼 때에는 정도(正道)가 아니었을 지도 모르지만, 격(激)하고 직설적인 언변으로 일부 국민들의 분노(憤怒)를 대변하고 변혁을 약속한 것이 먹혀든 결과라고 평가되고 있다. 정치의 세계에서도 일반 스포츠처럼 승리가 지상 목표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사이비(似而非)정치인들이 세계 정치사를 더럽혀 왔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던가? 그가 클리브랜드의 전당대회를 끝마치고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비행기편으로 의기양양하게 뉴욕으로 돌아오자 그들에게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치명적인 흉보(凶報)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당대회 첫 날 부인 메라니아가 각광을 받고 트럼프를 위한 찬조연설을 했는데 그 연설문의 상당부분이 남의 연설을 표절(剽竊:남의 글을 무단 인용함)한 것임이 뒤늦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적진영(敵陣營)인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이 지난 2008년 오바마 당시 후보를 위해 한 찬조연설의 내용 일부를 단어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베껴 썼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멜라니아의 연설문 중 93%는 독창적인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표절 부분이 7%나 된다는 것을 반증했을 뿐이다. 표절 내용의 예를 보면 멜라니아는 “…values that you work hard for what you want in life, that your word is your bond and you do what you say…”라고 했는데 10년 전 미셸도 똑 같이 “…values: that you work hard in life; that your word is your bond and you do what you say…”라고 한 것 등이다. 그 내용이 낱낱이 언론에 지적되자 엄청난 비난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남의 연설을 표절하는 것은 결코 용서 못할 중대한 비난의 대상이 된다. 물론 멜라니아가 직접적인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멜라니아의 연설은 이날 대성공이었다. 그는 특히 트럼프의 인정미(人情味)와 ‘천성적으로 친절한 성품’을 크게 부각시켜 감동을 주기까지 했다. 비난의 화살은 문제가 된 부분을 걸러낼 수 있는 선거조직도 돈이 아깝다며 제대로 갖추지 않은 트럼프 후보 자신의 무식과 무능으로 집중되었다. 사실은 당초에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매슈 스컬리와 존 매코널이 지난 6월 초안을 만들어 트럼프에 넘겼다. 그러나 멜라니아가 이를 사위(트럼프의 장녀 남편)인 제럴드 쿠시너에게 보이고 같이 수정한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같은 트럼프 진영의 주먹구구 식 아마추어리즘에 있다는 지적들이다. 한 가지를 보면 만 가지를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컴퓨터로 표절 가능 부분을 적발, 방지해 내는 소프트웨어가 싼 값으로 얼마든지 있다. 이런 것도 모르고 이다지도 중요한 연설문을 제대로 걸러내지도 못하고 어처구니없는 큰 실수를 범하는 집단에게 미국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지금 대부분의 여론 조사로는 트럼프보다 힐러리 클린턴이 약간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시하기도 한다. 퓨리서치센터의 캐럴 도허티 정치조사담당 국장은 “트럼프에 대한 전국적인 반감으로 인해 전화 여론조사 시 트럼프 지지를 밝히지 못하는 지지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지적, 지금으로서는 본선 결과를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주장을 폈다.
트럼프가 정치 외교면에 무식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지지자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남의 말을 참으로 열심히 듣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그처럼 사업에 성공했겠는가?”고 되묻는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그는 너무나 많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는 비난의 소리도 드높다. 예를 들어 그는 최근 ’60 Minutes’프로에서 “나는 이라크 전쟁을 처음부터 반대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기록상으로는 그가 처음부터 이라크 침공을 반대했다는 사실은 아무 데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는 또 이번 전당대회 장소를 오하이오의 클리브랜드로 해야 한다고 홀로 우겨서 겨우 성사시켰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미 2년 전인 2014년에 ‘다음 전당대회를 클리브랜드에서 개최하기로’ 미리 못 박은 바 있다. 그는 또 말끝마다 수백만 달러를 자선사업에 기부해 왔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아무리 살펴도 그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우수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그들이 얼마나 우수한지 아무도 믿지 못할 정도라고 수 없이 자랑해 왔다. 그러나 이것도 모두 거짓임이 이번 표절사건으로 드러난 셈이다.
결국 그는 천성이 입이 가볍고 변덕스러우며 자기가 했던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바꾸는 무책임한 대중선동가일 뿐이라는 얘기이다. 물론 군중이 분노해 있을 때에는 이를 대변할 사람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분노한 군중을 이끌고 가는데에는 언변이나 선동능력 이상의 자격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성난 군중을 이끌어 어디로 갈 것인지 선(善)한 목표와 숭고한 윤리관이 갖추어져 있는 지도자라야 한다. 지금까지 나타난 트럼프의 언행에서 미루어 볼 때 만약 그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욕심많은 대가(代價)흥정을 하다가 수틀리면 주한 미군, 나토 파견군 등을 철수하는 등 신 고립주의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또 한미 FTA 등으로 미국인의 일자리가 빼앗겼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근대적인 관세 장벽을 칠 가능성이 높다.  21세기에 미국이 이런 정책을 펴다가는 미국을 포함, 세계가 공멸할 뿐이다.
똑똑치 못한 원숭이는 일을 치기 전에 일찌감치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이 좋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