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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정치인의 소신

2015.03.27 18:17

조선편집 조회 수:1323

신문발행일  


정치인에게는 소신이 바로 그의 생명이다. 어떤 개인이 정치인으로서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길을 택할 때에는 모든 것에 앞서 우선 정치적 신념을 확정해야 한다.
그가 집권하면 어떤 정책을 펴겠다는 생각을 확실히 굳힌 다음에야 남의 앞에 나서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만약 한 정치인이 도중에서 그의 근본적인 소신을 바꿀 경우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을 잃는 것이 된다.
 스스로 치명적인 오류(誤謬)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이상 이미 그 자신이 남을 지도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시인하고 물러서야 마땅하다.

최근 한국의 정치계를 보면 몰염치하게 당초의 정치적 신념을 내 던지고 태연스럽게 반대 쪽 신념으로 탈바꿈하거나 가면을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거쳐 지난 대통령선거(2012년) 때 야당 대통령후보로 나섰다. 그는 선거공약의 대부분을 노 전 대통령 정치노선을 따르는 것으로 일관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에 관한 정책을 그대로 존중하고 답습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밝혔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NLL로부터 우리 해군력을 철수하겠다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약속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런 일이 없었다고 극구 부인하고 만약 사실이면 스스로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언명했었다. 그 후 회의록의 내용이 밝혀져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언약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씨는 아직도 정계 은퇴는커녕, 내후년 대통령선거를 향해 더욱 기세가 등등하다.

그는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중도 내지 보수적 정견이 월등히 국민에게 먹혀 들 것이라고 판단하고는 ‘과감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야당 대표에 당선되자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방문하는 첫 야당 당수가 되었다.
그는 “국론분열을 끝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은 누가 보아도 ‘정치적 표변(豹變)’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현대 한국사를 오욕케 한 장본인이라고 맹렬히 폄훼(貶毁)하는 집단 속에 파묻혀 맞장구 칠지언정 일언반구도 이를 반박하지 않던 문재인 씨가 갑자기 두 전 대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아무래도 속내와는 다른 억지춘향식 위선 행위라는 규탄을 면키 어럽다.
평소에 단 한 번이라도 마음먹고 간 것도 아니고 선거가 가까워지자 두 대통령 묘소를 찾은 행위는 아무래도 기회주의적 정치 쇼라는 오명을 씻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씨는 또 이번에 천안함 폭침사건 5 주년을 맞아 “북한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서 천안함을 타격했다”고 맹비난하면서 비분강개(悲憤慷慨)했다고 한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명확히 표명한 첫 야당 당수라고 칭찬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NLL을 포기한다고 밀약한 노 대통령의 정책을 충분히 아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그대로 따르겠다고 언명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오니 어색하게 들릴 뿐이다.
문재인 씨는 부끄러워서라도 이런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는 것이 그나마 염치를 아는 사람으로 비쳤을 것이다.

이와 유형은 좀 다르지만 여당 내에서도 정치적 소신 없이 값싼 포퓰리즘에 빠져 있는 지도자들이 눈에 뜨인다.
그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치나친 유화정책을 분별없이 치켜들어 국민의 감상을 자극하는 것으로 차기 대권을 노려보겠다는 얕은 계산을 하는 사람들이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부산의 한국해양대에서 가진 토크 콘서트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의 발언으로서는 너무나 중대한 실언이었다. 그의 논지는 “전 세계적으로 핵실험을 두 번 내지 세 번 하면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얼마나 국제법이나 국제정치의 규범에 어긋나는 폭언이었는가를 본인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나라가 현실적으로 핵폭탄 몇 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그 나라를 국제법규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고 이에 따른 국제법상의 권리와 의무등을 허용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김 대표는 몰랐을까?
이 보다도 더 중대한 문제가 있다. 김 대표가 말하는 것처럼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 주자는 것은 이 때까지의 유엔 안보리의 북한핵 불법화 및 포기 요구 결의를 모두 없던 일로 무효화하자는 얘기 밖에 되지 않는다.
북한 핵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인 대한민국의 여당 대표가 이 따위 망언을 하고 다니니까유엔에서 북한 핵 반대결의가 여러차례 있었는데도 미국도 중국도 이를 흐지부지해온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

두 번째로 얼빠진 것이 5.24조치 해제에 관한 정부와 여 야 정치인들의 인식부족이다. 5.24조치는 천안함 폭침사건이 나자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해 내린 경제교류 전면 중단 조치이다.
따라서 이 조치가 해제되려면 당연히 북한 측이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책임있는 사과 보상등을 먼저 하는 것이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여기에 고려되어야 할 중대사항이 하나 더 있다.
유엔안보리는 여러차례에 걸쳐 북한의 핵과 유도탄 실험 행위에 대해 제재안을 결의하고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일체 금지해 오지 않았던가?
만약 대한민국이 그 때까지 유엔의 결의를 충실히 지켜왔다면 천안함사건이 났어도 중단해야 할 대 북한 경제 교류라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도 없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그 때까지 대한민국 자체가 유엔 결의 위반행위자였다는 것을 반증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는 북한이 아무리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사과한다 하더라도 5.24조치 해제는 유엔결의상 불가능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여 야 정치인들은 우선 5.24조치를 거의 무조건 해제해 주자고  주장한다. 요즘에는 정부조차도 남북대화에 응하면 5.24조치 해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얼빠진 제안을 하고 있다.  이러니까 북한이 대한민국과 유엔을 얕잡아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확고하고 올바른 소신을 가진 정치인의 출현을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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