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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칼럼 일보다 사람이 우선

2015.02.27 16:39

조선편집 조회 수:2280

신문발행일  

무엇에 심취한다는 것은 나쁜 것도 약점도 아니다. 오히려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과거 동대문, 남대문 시장을 지나다 보면, 상인들이 여기 저기에서 호객행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골라, 골라’ 마치 도통하거나 신들린 사람처럼 외쳐대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얼마 전, 호박엿장수 이야기를 보았다. 건널목 옆에 자리를 잡은 엿장수가 꽹과리 장단에 흥겨운 소리와 몸짓으로 호박엿을 팔고 있었단다. 긴 시간이 흐르고 밤이 깊어지면서 귀가 행인들도 뜸해진 시간, 지치고 의기 소침해질 만한 시간 더욱 큰 몸짓과 소리를 허공과 빈 거리에 채우고 있었단다. 이를 지켜보던 그 사람에게는 어두운 불빛 아래 선명한 호박엿장수의 몸짓과 호객하는 그 소리 자체가 주술이 되는 듯 했다는 내용이었다.
필자의 어린 시절, 부모님들은 논과 밭에서 온 종일 일을 하곤 하셨다. 같은 장소에 계시기도 하셨지만 대부분 아버지는 논, 어머니는 밭에서 일을 하셨었다. 어떻게 허구 헌 날 온 종일 논밭과 씨름하실 수 있었을까? 후에 알게 된 것은 옛 농촌의 결실들은 손과 발의 품만큼 얻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애칭 하여 일에 미친 사람이라 한다. 일을 즐기며 야금야금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번 잡으면 끝장을 봐야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일에 미친, 일 중독자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자신의 목적과 욕심을 성취하려 하거나, 사람보다 일이 커 보이고 주위 사람을 희생시키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많은 사람이 일, 사랑, 돈, 권력과 명예 등 각종 중독에 빠져 있다고 한다. 사람이 중독 혹은 성공주의의 덫에 걸리게 되면 순리적 우선순위가 역리적 순위로 돌변하게 된다. 우선순위의 전복으로 일이 우선이 되어 자신은 물론 타인들을 희생시키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
모 글에 일을 처리하는 형태로 사람을 분류한 이야기가 있다. 그 것은 실적위주의 ‘워커홀릭형’, 원칙주의의 ‘매니저형’, 사랑과 인정을 받기 원하는 ‘연예인형’, 카리스마적 혁신 리더인 ‘혁명가형’, 앞만 보고 달리는 야망의 ‘질주형’, 타인을 개의치 않고 혼자 일하는 ‘뚝심형’, 업무 개념이 없는 ‘말뚝형’, 혼자 잘났다는 ‘나잘나형’, 앞장서 일 벌리는 ‘앞잡이형’, 눈치와 관계로 일을 처리하는 ‘사교형’, 대세를 고집하는 ‘현상유지형’, 그리고 ‘주도면밀형’의 사람이다.
그리고 리더십유형, 업무유형, 성격유형에 따라 특성을 구분하고 분석 파악해 본 결과, 과잉적응증후군(일 중독증)일 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과잉적응증후군이란 가족, 가까운 친구들보다 직장의 인간관계를 더 중시한다. 고로 집안 행사도 일에 방해가 될 것 같아 귀찮아하게 되며, 자신과 가족의 욕구도 무시한 채 일만을 우선시 한다. 일거리가 줄거나 없어지면 공허감에 시달린다. 이를 일 중독증, 의학적 명칭으로는 ‘에르고마니아’라고 부른다. 이것은 일을 즐기기보다, 일에 대한 강박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증후군의 증상은 경제력에 대한 강박관념, 완벽 혹은 성취지향적 사고, 과대망상적 사고, 배우자로부터 도피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이 없을 때, 불안감, 외로움, 자존감과 자신에 대한 무가치성을 느끼게 된다. 이런 증상을 구분하면, 1단계로 퇴근 후 집에서 일한다. 2단계는 일 중독증을 깨닫고 여가 생활을 찾으려 한다. 3단계는 건강을 무시하고 휴일이나 밤에도 일만 하게 된다. 이런 일 중독은 심신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준다. 그리고 소화기계통의 질병, 고혈압, 위장병, 우울증, 강박증 등의 질병을 유발하게 한다.
오래 전 위독하여 사경을 헤매던 중년의 남성 환자를 병원에서 본적이 있다. 환자의 가족들은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며, 가족은커녕 자신의 몸도 돌아보지 않고 일만 하더니 살만한 환경이 되나 싶더니 몹쓸 병에 걸렸다고 대성 통곡을 했다. 이는 과중한 일 중독증(Workaholic)의 결과였던 것 같다.
일 중독증이란 말은 생활의 양식인 일과 직업에 사생활을 많이 희생하며 일만 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언급한 바와 같이 일 중독증이 개인적일 때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을 유발하거나 자살로 이어진다. 그리고 일 중독자가 욕심과 의도를 가질 때 가족들도 보이지 않게 되어 파국에 이르게 된다. 거기에 지나친 성공지향적 성향인 성과위주의 사람이 될 경우 타인들을 인격이 아닌 도구로 여기거나 희생시키게 된다. 비전을 갖거나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이 사람보다 가족보다 더 크게 보이거나, 그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면 그 일은 더 이상 일이 아니요, 사람을 해하는 무기가 된다.
세상에 사람보다 더 큰 일이란 있을 수 없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이 우선이어야 한다. 고로 굶주려 생사가 위급한 다윗과 그 일행이 제사장외에는 먹을 수 없었던 진설병을 먹었고, 예수님은 안식일에 각색 병자들을 고치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인간 아담에게 땀을 흘려야 하는 일을 주셨으나, 일주일에 하루는 안식하라 하신 것이 아닐까?
사람이 귀해 늦어도 기다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천하보다 귀하게 여겨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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