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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레임덕의 허실

2015.02.06 14:53

조선편집 조회 수:1405

신문발행일  

레임덕(절룩발오리: lame duck)이란 흔히 정치적 영향력을 잃은 대통령을 말한다.
특히 미국에서 재선 대통령의 임기가 반을 넘었을 무렵부터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각료등 임명권도 큰 뜻이 없어지고, 여당 내에서의 영향력도 거의 사라진다.
무엇보다도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유력 후보들이 현직 대통령과는 차별되기를 바라고, 될 수 있는 대로 거리를 두려고 하게 되면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사면초가(四面楚歌)이다.
작년 11월 여당인 민주당이 중간 선거에서 대패하고 하원 뿐 아니라 상원도 공화당에게 다수당 자리를 빼앗긴 이후로 그 고초가 더욱 심해졌다.
상하 양원을 여당이 계속 장악하고 있더라도 어김없이 레임덕 현상은 오는 법인데 하물며 이처럼 큰 의석차로 소수당으로 전락했으니 그 고통은 오죽하랴.
 
우선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큰 업적으로 삼고 있는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완전 폐지하는 법안이 지난 3일 하원에서 또다시 통과되어 상원으로 넘겨졌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표면상 끄떡도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상하 양원이 폐기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비장의 대통령거부권(veto)을 행사하여 이를 양원에 되돌려 보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비토한 법안을 다시 살리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원의 3분의 2는 357석인데 공화당의 현재 의석은 246명에 불과하다.
상원의 3분의 2는 67석인데 공화당 의석은 54석 뿐이다.
그래서 낸시 펠로시 의원(민주)은 “그들은 달을 보고 짖는 개와 같다(They’re  baying at the moon)”고 비웃기까지 했다.
 
다만 대통령이 비토권을 행사할 경우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그 당은 참패할 수 있다는 경고가 뒤따르기는 한다.
지금 국민들은 ‘오바마케어’를 대단히 싫어하고 있다는 것이 공화당 측의 주장이다.
 
불법이민자 강제출국 유예에 관한 대통령긴급명령도 같은 맥락이다.
공화당의 무효화법안이 상원에 계류중이지만 통과되더라도 오바마가 대통령거부권을 행사할 것은 기정사실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자 공화당 측은 외교정책상 문제로 오바마 대통령에 뜻밖의 일격을 가했다.
베이너 하원의장이 백악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회 단독으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수상을 오는 11일 상하 양원합동회의에 초청해서 연설을 듣기로 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것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매우 아픈 외교정책상의 기습이었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과 네타냐후 수상 사이에는 돌이킬 수 없는 반감이 형성되어 왔다.
네타냐후 수상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나치게 이란에 양보하여 이스라엘을 핵공격의 위협에 놓이게 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둘은 서로 만나지도 않는 사이가 되었고 이번에 네타냐후 수상이 미국에 가더라도 오바마 대통령과는 만나지도 않고 돌아간다.
외교관례상 상상하기도 어려운 전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네타냐후 수상은 이번 3월 수상선거에서 자칫 낙선할지도 모르는 고전을 치루고 있는데 이번 방미초청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공화당의 대 이란 강경책이 매우 못마땅하다.
공화당은 양원에서 이란에 대한 강도높은 제재안을 곧 결의할 채비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이란과 진행중인 핵 협상은  자동적으로 끝장나고 만다.
그 동안 심혈을 기울여 온 이란을 비롯한 대 중동정책이 와해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레임덕 현상을 한탄할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다.  
 
우리나라 사정은 어떠한가?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5년 중 앞으로도 3년을 남겨 놓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박 대통령의 여론상 지지도가 한때 29.7%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30%대를 회복하는 등 기복이 심하다.
더욱이 최근에 있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른바 친(親) 박계 인사들이 모두 패배하고 비(非) 박계 인사가 당선되어 여당 내 지지기반도 흔들리는듯이 보인다.
이를 두고 조기 레임덕 소리가 들리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레임덕 지표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는 현재 46%로 레임덕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서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미국이 지금 누리고 있는 경제 호황 덕분이라는 해석이다.
직전 대통령인 부시는 같은 시기에 28%에 불과했다.
그런가 하면 레이건 대통령은 52%, 클린턴 대통령은 65%나 됐다.
레임덕 현상은 주로 당내 또는 통치기관 내부의 사정을 표현하는 말이고, 이에 반해 국민의 지지도는 그때그때의 경제사정에 따른 국민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실 박 대통령에 대한 최근의 여론상, 또는 일부 언론상의 비판의 소리는 대다수 국민과는 무관한 것들인지도 모른다.
소통이 없다느니 폐쇄적이라느니 하는 비평은 한 지도자의 통치 스타일이나 개성에 대한 지나친 간섭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도자가 현재 처한 한국의 실정과 문제점을 얼마나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이에 대한 해결처방을 얼마나 올바르게 수립해놓고 있느냐에 달렸다.
북한에서 밀려오는 안보위기를 얼마나 절실하게 느끼고, 얼마나 강인한 의지로 방어할 태세를 갖추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경제가 매우 튼튼해야 한다.
지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일시 흔들리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을 반영하는지표라는 것이다.
침체되어가는 한국경제를  조속히 되살려 달라는 국민들의 절실한 요망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할 때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당초부터 소리 높여 부르짖어 온 것 처럼 우선 얽히고설킨 각종 규제를 신속히 일소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골든 타임’이 가기 전에 철저한 경제체질 개선을 전심전력으로 단행하는 것 뿐이다.
원래 지도자란 외로운 것이다.
그가 이끌고 가는 길이 가시밭을 향하고 있는지, 비옥한 옥토를 향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잘 안 보일 때가 많다.
그가 옳았는지 글렀는지는 오직 후일의 역사가 판정해 줄 뿐이다.
한 때의 여론 기복에 흔들리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목숨을 걸고 전진하는 것 만이 지도자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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