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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발행일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國定化)를 에워싼 소란은 단순한 학문(學問)의 자유 시비를 넘어 전형적인 이념(理念)투쟁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한국현대사에 관한 교과서가 노무현 정권 때 검정제(檢定制)로 바뀐 이래 정부가 엄격한 내용검정을 하는 데 실패하고 북한의 공산독재체제를 찬양하거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폄훼(貶毁)하는 내용이 담긴 교과서가 여과(濾過)없이 학교 수업에 사용되고 있는데서 비롯됐다.
정부가 검정제만으로는 이 같은 사태를 막지 못한다고 판단, 국정화를 단행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일부 역사학자들이 집필 거부를 선언하고, 전교조(全敎組)가 ‘시국선언’을 통해 불법 집단행동까지 벌이며 국정화반대에 나서고 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반대투쟁 대열에 앞장 서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온통 벌집 쑤셔놓은 것처럼 되고 말았다.

덩달아 북한 당국은 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남한 내에서 민중 봉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호재(好材)라고 판단한 듯, 모든 매체를 동원하여 대남 선동에 나서는 한편 남한 지하조직에 지령을 내려 극한투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남한)집권세력이 강행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책동이 남조선 각계의 커다란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으며 결국 그들 자신의 파멸을 앞당기는 대중적인 반정부 투쟁을 불러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각종 대남 공작기관들은 해외 친북단체와 한국내 친북조직 및 개인에게 국정화 반대투쟁과 선동전을 전개하도록 지시하는 지령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령문은 “현재 남조선은 국정화 반대 열기로 뒤덮여 있다. 이런 시기에 일반 대중운동 단체들의 투쟁에 재야 단체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더해서 민중총궐기 투쟁 열기를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작태이다.  그들은 집권을 위한 건전한 수권정당을 지향해야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원하는 민중선동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지금의 역사교과서들이 김일성을 영웅시하고 있는 사태를 어떻게 하면 시정할 수 있는가 하는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그저“현 정권이 친일, 독재를 음폐하려는 책동”이라고만 몰아붙여 초점을 엉뚱한 데로 몰아가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앞장서서 서울에서 촛불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버스로 전국순회투쟁에 나섰다. 이 촛불 시위와 버스 순회투쟁에는 숨은 또 하나의 계산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10월28일 재보궐선거를 겨냥한 최후의 대쉬(dash)로 삼겠다는 것.
그러나 이 계산은 보기 좋게 대실패로 돌아갔다. 전국 24곳에서 치러진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둔 반면 새정치연합은 단 두 곳에서만 이기고 나머지 22개구에서 낙선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심지어 문재인 대표의 선거구인 부산 사상구에서조차 구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61%의 득표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38.9%)에 압승했다. 특히 수도권에서의 전패는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너무나 뼈아픈 패배였다.
북한 매체가 말한 ‘남조선 각계의 커다란 분노의 폭발’은 어디 갔으며, 북한 지령문이 지적한 ‘남조선에 뒤덮인 국정화 반대 열기’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20.1%로 2000년도 이래 가장 낮기 때문에 진정한 민심의 척도(尺度)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 견해에 불과하다. 원래 선거의 향방을 결정짓는 것은 부동표이다. 부동표는 선거 당시의 이슈에 따라 한 방향에 크게 쏠리기도 하고, 반대로 냉랭할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은 교과서 국정화문제를 큰 이슈로 삼고 촛불시위까지 벌였으나 이처럼 투표율이 낮게 나왔다면 국민의 절대다수가 이에 조금도 호응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오히려 국민의 절대다수가 이 같은 극한 선동놀음에 등을 돌리고 냉소(冷笑)의 침묵을 택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는 이번 10.28재보궐선거의 결과가 보여주고 있는 깊은 뜻을 결코 간과(看過)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절대다수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이미 어제의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어제의 우리 국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린 나머지 진보, 좌경세력들의 ‘민중위주 이상향(理想鄕)’의 감언이설에 귀가 솔깃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1세기의 인류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의 낡은 진보사상이나 사회주의적 경제체제로는 공멸할 뿐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충분히 깨달아 알고 있다. 하물며 북한과 같이 유엔결의마저 짓밟으면서 인권을 유린하고 세계질서를 파괴하는 불량국가(rogue nation)는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이 지구상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정이 이처럼 달라져 가고 있는데 오늘날 종북.용공세력들이 선동한다고 누가 길거리에 나가 투쟁하겠는가? 절대다수 국민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오직 ‘껍데기’들만이 지령에 의해 마지못해 길거리에 나오고 있다. 이런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북한이 원하는 촛불 길거리 투쟁으로 뛰어든 문재인 대표에 대해 당내에서 인책사퇴론이 들끓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지 않아도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내부에 종북, 용공세력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의혹을 받은 지 오래이다.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들이 당내 개혁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도 그것을 뜻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라의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는데도 정부 여당의 발목만 잡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야당을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곱게 볼 리가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도자들은 시대가 달라졌다는 것을 하루빨리 깨닫고 구태의연한 몸가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등을 돌린지 오래인 불순세력들의 껍데기들을 당에서 몰아내는 작업도 시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야당들처럼 나라가 어려울 때는 거국일치 체제에 기꺼이 동참하여 국민을 안심시키는 그런 믿음직한 제1야당이 되어야 다음 집권의 기회도 더 빨리 찾아올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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