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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러브레터 같은 신문 만들고 싶다

2008.05.07 22:16

chosun 조회 수:1269

신문발행일 2007-11-15 
||||변화 갈망하는 '첫 사랑' 잊지 않고 싶어
학보 같은 순수함과 열정으로 다시 뛸터


순형군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본격적인 조지아 더위가 시작될 즈음 머리를 빡빡 깎은 고교 졸업반 순형군은 신문기자가 되고 싶어 인턴을 하겠다고 회사를 찾아왔다.
장차 미국 주류사회에서 기자로 활약하고 싶다는 꿈을 수줍게 말하던 순형군은 신문사 생활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협박성의 말에도 굴하지 않고 여름방학 두달간 신문사에서 일하게 됐다.
텍사스대에 진학할 예정이라는 순진한 얼굴의 순형군은 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했다는 못된 선배에게 첫날부터 하드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다. 베테랑 기자들도 어려워할 취재현장을 돌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예비 언론인 역할을 수행하는 순형군과 어느새 정이 흠뻑 들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아쉬운 작별을 했던 순형군이 몇 달후 겨울방학을 맞아 미국 신문을 잔뜩 들고 평소처럼 밝은 모습으로 신문사를 찾아왔다. 텍사스대 학보사 기자가 됐다며 자신이 작성한 기사가 실린 신문을 보여주려 모두 모아 왔다는 것이다. 불과 2년전에 이민한 한인 학생이 미국 대학신문 기자가 됐다는 사실에 놀랐고 1면 톱기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썼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1면 톱기사로 시설개선이 안돼 누추해진 국제학생오피스의 문제점을 지적해 학생들과 학교 당국의 반향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콧등이 시큰해지고 말았다. "신문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내게도 이런 열정이 있었는데..."라는 생각에 순형군에게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조선일보 애틀랜타 창간 준비를 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주제도 다름아닌 '열정'이었다. 물론 신문은 냉철한 현실감각과 예리한 분석을 바탕으로 제작해야 한다. 어느 쪽의 입장에도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냉정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위한 로컬신문을 편집하고 제작하다 보니 대학 학보사 기자 못지않은 열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신문사가 몸담고 있는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발전을 꿈꾸며, 매일 만나는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없으면 결코 지역과 함께 숨쉬는 로컬신문이 될 수 없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배웠다.
조선일보의 한 차원 수준높은 컨텐츠와 특종기사, 시대를 읽어내고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오피니언 등이 분명 애틀랜타 한인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조선일보 애틀랜타'를 시작하면서 다른 어떤 내용보다 지역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편집국을 비롯한 신문사 전체 직원과 함께 다짐해 봤다.

무엇보다 냉정하고 계산적인 '차가운 신문'보다는 지역 한인들 사이에서 함께 뛰는 '뜨거운 신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의욕만 앞세워 아마추어 같은 신문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닳고 닳은 신문 장사꾼들이 앞세우는 '프로 정신'이 아니라 로컬 신문의 역할과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성숙한 신문으로 자리잡아 나가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조선일보 애틀랜타는 기존 취재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학부모와 지역 경제인, 한인단체 등과의 활발한 협력을 통해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전하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또 독자의 의견과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해 한인간 의사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지면의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인들이 생활하는 터전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바탕으로 신문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성경을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쓰신 러브레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정의에 깊게 공감하는 편이다. 이러한 사랑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겠지만 애틀랜타와 동남부 한인사회를 향한 '러브레터 같은 신문'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개인적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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