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란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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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발행일  


민주주의는 인류가 고안해 낸 가장 우수한 정치제도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다만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통치기구가 필요함으로 국민이 투표로 영도자를 뽑는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국민들이 중우(衆愚)정치에 빠져 나라를 망치는 지도자를 뽑는 경우도 역사상 수 없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수천만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히틀러도 독일 국민이 투표로 뽑은 사람이다.
지금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를 제45대 대통령으로 뽑은 상태이지만 그가 어떤 대통령이 될지에 대해 미국 뿐 아니라 세계에서 완전히 의견이 갈라져 있다. 돈벌이의 귀재(鬼才)이니까 앞으로 미국을 더욱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세계 영도자로서의 식견과 자질이 터무니없이 부족함으로 앞으로 반드시 큰 실수를 저질러 비참한 말로를 당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는 내년 1월에 정권을 인수 받기 위해 조각(組閣)작업을 한창 진행중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각료들의 면면을 보면 아무래도 비관론이 앞설 수밖에 없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각료의 우두머리인 국무장관을 비롯해서 최고도의 전문성과 깊은 식견 및 경험을 요구하는 최고 요직에 완전한 아마추어나 무경험자 들을 갖다 앉혀 놓고 있는 사실이다.
무작정 돈 많은 CEO나 검증되지 않은 군 장성들을 뽑은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트럼프 자신이 식견이나 경험이 없어도 남이 가장 부러워하는 돈벌이 재간을 갖고 있으니까 그 재간을 정치에 응용하면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오만으로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 닥칠 모든 국내외 정치문제에 대해 트럼프 자신이 무궁무진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휘할 터이니까 각료들은 트럼프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심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크나큰 오산(誤算)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미국만 챙기면 된다는 생각부터가 잘 못 됐다. 미국이 잘 되기 위해서는 미국이 세계를 영도할 능력이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세계를 영도하기 위해서는 이재(理財)능력만 있어서 될 까닭이 없다. 우선 세계 영도자가 되려면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최 근세(近世)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국제정치사에 대해 누구보다도 상세히 통달 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생을 돈벌이에만 몰두한 장사꾼이 하루아침에 터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1세기 이후의 전 인류의 생존과 발전 번영을 이룩하기 위한 탁월한 세계관과 경륜계획을 가진 정신적 지도자이어야 한다. 인류가 곧 다가올 100억명 인구시대를 감당해 나가기 위한 국제질서 확립과 무궁무진한 생산수단 확보에 관한 구상을 갖고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까지 준비된 사람이 아니면 세계 영도자로서의 미국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트럼프의 선거기간 중의 언동을 보면 도저히 이 같은 심오한 경륜을 간직한 사람으로는 볼 수가 없다. 아무리 저소득 백인들의 인심을 사기 위해서라지만 멕시코 국경에 철의 장벽을 구축하고 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상품에는 45%의 높은 관세의 벽을 쳐서 미국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북한이 남한을 공격해도 너희들끼리 잘 해보라고 말하는 사람이 무슨 고상한 세계관의 소유자라 할 수 있겠는가?
여기까지는 선거전략상 그런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해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선거가 끝나자 그 동안에 했던 말을 당장 바꾸거나, 아예 “그런 말 한 일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는데 이 자체가 정직하지 못하고 불성실한 거래 꾼 같은 행세이다.
지금 CIA에서는 러시아가 미국 선거에 개입했고 분명히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한 사이버 공격을 가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러시아의 푸틴과 절친한 렉스 틸러슨(엑슨 모빌 CEO)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이럴 때는 아무리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앉히고 싶어도 삼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러시아의 선거개입설을 ‘웃기는 일’이라고 비웃으면서 틸러슨 지명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 지는 지난 14일 자 사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비꼬았다.
“우리는 너무 짜증을 낼 필요가 없다. (틸러슨 등)이 실지로 미국 정부에 발을 붙일 수 있을지 아직 알 수도 없다. 되더라도 최소한 여러 달이 걸릴 것이다.”
틸러슨 등이 정식 임명되려면 상원에서 인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원의 다수당인 공화당 내에서조차도 틸러슨 반대 의견이 우세한 실정이다. 트럼프가 친(親) 러시아 정책을 취하려는 자체에 대해 압도적인 다수 의원이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2차대전 이래로 미국의 제1 적대국이며 지금도 크림반도 사건으로 러시아에 제재조치를 진행중인 상태이다.
문제는 그 뿐이 아니다. 미국의 고위 공직자는 ‘국가와의 이해관계 상충(conflict of interest)’을 피하기 위해 모든 다른 직함에서 물러나고 개인 재무정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우선 트럼프 자신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그는 역대 대통령처럼 모든 재산을 공개하고 개인 사업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를 아직도 전혀 실행하지 않고 있다.
어쩌다가 이런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남의 말만 할 때가 아니다.
한국은 지금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바다를 표류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떠받들어 오던 이른바 보수진영이 사분오열(四分五裂)상태가 되고 말았다.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認容)되든, 부결되든 얼마 가지 않아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보수세력이 붕괴된 상태로는 다음 정권이 좌경세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그들은 벌써 ‘대청소’를 부르짖으면서 사드 배치 철회, 개성공단 재개, 북핵 용인, 유엔 결의를 위반한 대북 원조, 서해북방한계선에서의 해군력 철수 등으로 몰고 갈 기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 한국 국민은 자칫 중우(衆愚)정치에 빠져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고 마는 수 천 척(尺) 낭떠러지 바로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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