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란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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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발행일  


지난 11월30일 애틀랜타에서는 이 곳 총영사관 개관 40주년 기념행사가 거행되었다. 한인회관에는 수백 명의 각계 지도자들이 모여 축하연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성진 총영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나날이 약진하는 애틀랜타 교민사회를 추켜세웠다. 김 총영사는 애틀랜타가 시카고를 제치고 미국 제3위의 교포 밀집지역이 되었다고 보고했다. 김 총영사는 특히 한국인들 특유의 강인(强靭)한 생활력을 찬양하면서 “우리 고국 한국은 경제규모 면에서 세계 11위의 강국으로 부상했다. 우리보다 한 단계 위인 10위는 캐나다이고, 러시아가 우리보다 한 단계 얕은 12위이다(IMF조사)”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온 몸의 피가 용솟음치고 눈물마저 맺혀졌다. 러시아 면적의 17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작고 작은 나라 대한민국이 경제규모에서 러시아보다 더 크다니…
돌이켜 보면 우리는 얼마나 가난과 궁핍에 시달려 왔던가? 한 때는 세계에서 가장 밑바닥을 헤매는 극빈국이 아니었던가? 더욱이 6.25 전쟁이 일어나 지옥과 같은 고초와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어 살아남은 필자로서는 김 총영사의 이 한마디에 무한한 자긍(自矜)과 희열(喜悅)을 느꼈다.
다만 이 같은 성과는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온 국민이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히 믿고 일치단결하여 뼈를 깎고 살을 에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대한민국이 지금 선장을 잃고 표류(漂流)하는 난파선(難破船)신세가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함성이 서울 하늘에 메아리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壟斷)’에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민주 헌법은 사수(死守)되어야 한다. 헌법상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보장되어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비밀 직접투표로 선출됐다. 국민이 볼 때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회 시위 등으로 그 의사를 표현할 자유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면 길은 오직 한 가지, 국회에서 탄핵소추(彈劾訴追) 절차를 밟을 수밖에 다른 길은 없다. 만약 시위 과정에서 폭력사태라도 발생한다면 이는 헌정을 파괴하는 내란(內亂)죄에 해당하며 수괴(首魁)는 극형에 처해진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가? 북한 김정은의 핵 보유 강행정책으로 북한문제가 미국으로서도 급선무 순위 1위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의 핵이 한국, 일본 및 태평양 지역의 미군 기지까지도 공격 가능해 짐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옵션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지난 12월 1일자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사항으로 북한 핵 문제를 거론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선거 기간중 김정은과 햄버거를 같이 먹으면서 회담할 수 있다고 말했고, 한국과 일본은 스스로 핵무기를 제조해서 대항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가, 지금에 와서는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그리고는 북한문제는 중국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중국이 말을 안 들으면 중국산 물품에 관세 45%를 매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중국에 중과세할 경우 중국도 미국에 보복 관세를 하게 되면 무역전쟁이 일어날 뿐이다.
아무래도 트럼프의 대 북한관은 조잡하고 실정에 어둡다는 평을 면키 어렵다. 갈루치 전 북핵 특사는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는 더 정교하고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게 된다면 북핵 문제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한다. 북한은 선제공격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빅터 차 교수도 “북한이 최근에 보여준 미사일 능력과 핵탄두 소형화 성공 주장 등을 감안하면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한다는 뉴스가 나오면 탄두가 인공위성이라 주장해도 미국 안보 담당자는 핵탄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제공격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항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자요 국제외교의 전권을 가진 대통령이 세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식물 대통령’이 되어버린 것이라면 대한민국 호는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인가?
그 뿐이 아니다. 나라가 온통 최순실 사건으로 국정마비 상태에 빠지고 보니, 경제문제에 대한 숙제가 내팽개쳐 버려지고 있다.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문제는 아무도 손을 못 대고 있다. 또 국회에 계류중인 시급한 경제 입법도 그대로 방치된 상태이다. 예를 들면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일자리 21만개 창출), 서비스상업발전 기본법안(일자리 최대 69만개 창출)만 하더라도 이를 합치면 90여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법안들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풀이도 좋지만 이런 시급한 민생법안을 내팽개치고 촛불 데모에만 몰두하는 상태는 아무리 보아도 정상이 아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찾아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것도 그의 부자 감세와 인프라 투자정책이 새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출 제조업 위주에서 탈피해 내수 주도 성장 모델로 전환하는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정책으로 일로매진(一路邁進)하고 있다.
이런 세계 정세를 감안할 때 우리 나라도 새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창출하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최순실 게이트 충격으로 거의 넋을 잃은 상태이다. 특히 이른바 비박계의 적과 아군도 가리지 못하는 언동은 이성을 잃었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한 편 야당의 작태(作態)는 정권욕에 사로잡힌 나머지 무엇이 국가의 이익인지 분간도 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 뿐이 아니다. 지금 야당에서 유력한 대권주자로 지목되는 사람들 중에는 자유민주주의에 걸맞지 않은 회색(灰色)분자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만약 지금 박 대통령이 임기를 단축하여 퇴임하더라도 다음 정권을 장악할 사람들에게 우리는 깊은 회의(懷疑)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 ‘백기(白騎)의 기사’가 홀연(忽然)히 기적처럼 나타나 대한민국 호를 구출해 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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