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란타 조선일보

   





주필 칼럼
김상진
추천도서
최재휴
빛과 소금
박승로
생각의 숲
신윤일
믿으며 살며
심호섭
의학칼럼
김정범
CPA 코너
박영권
통통통칼럼
오흥수
경희한방의료
김덕진

신문발행일  


나라를 온통 뒤흔들었던 최순실 게이트도 이제 겨우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 야 3당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회에서 탄핵(彈劾) 결의를 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보았기 때문이다. 야당은 오는 12월 9일 까지는 탄핵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마치기로 했다. 그동안 탄핵 옵션을 야당이 꺼렸던 것은 야당만으로는 탄핵정족수(200명)에 29명이 모자랐기 때문인데 새누리당의 비박(非朴)세력 40명이상이 탄핵에 동조하게 되자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 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완전히 해결된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국회 표결과정에서 비 박계가 갑자기 방침을 바꾸어 탄핵안을 부결시킬 수도 있고 헌법재판소에서 무혐의 판결이 날 가능성도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야당으로서도 계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때야 말로 국민들의 분노가 가중(加重) 폭발하여 군중봉기의 힘으로 박 정권이 붕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속셈이 깔려있는 것이다.
아무튼 앞으로 당분간만이라도 신문이나 TV에서 그 지긋지긋했던 최순실 비위사실 폭로 보도가 좀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그 동안 최순실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국정이 온통 마비되다시피 한 것은 지금의 세계 정세에 비추어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북한 핵문제는 말 할 것도 없고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한국은 안보, 경제 전반에 걸쳐 격심한 지각 변동에 직면하게 된 상태이다.
트럼프의 승리는 우리에게는 재앙(災殃)이 될 가능성을 너무나 많이 내포하고 있다.
그 것은 트럼프가 당선되기 위해 채택한 선거전략 자체에 이미 내재(內在)되어 있다.  그는 미국의 ‘잊혀진 사람들(Forgotten men and women)의 분노를 일깨우고 이들의 표로 당선되겠다는 것을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알고 보면 그의 이같은 전략은 미국 역사상 결코 독창적인 것은 아니었다. 1932년 미국이 극심한 ‘대공황: Great Depression’에 빠졌을 때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잊혀진 사람(Forgotten man)’들을 구출하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에 뒤따른 것은 ‘뉴 딜(New Deal)’이라는 대변혁이었다.
트럼프가 말하는 ‘잊혀진 사람들’의 개념은 너무나 노골적이다. 그를 추종하는 이론가 리처드 스펜서에 의하면 ‘미국은 원래 백인들의 나라였다’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에 언제나 그랬고 얼마 전까지도 그랬듯이 백인들의 소유물이다. 우리 백인과 우리 자손을 위해 세워진 나라이다… 미국은 우리 백인들의 것이다”라고 그는 소리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잊혀진 미국인’에 대한 사랑은 여기까지 뿐이었다.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트럼프는 분노에 찬 중산층 백인들에게 한 말을 깡그리 무시하거나 잊어버린 척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가 선거 기간중에 그들에게 한 공약들도 사실은 모두 중산층 백인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일들뿐이었다. 만약 그가 멕시코에 35%, 중국에 45%의 관세를 매기고 외부로부터의 수입품을 차단한다면 물가의 급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가난한 중산층이다. 또 부자들에 대폭 감세한다면 나라의 재정이 당장 바닥이 나고 서민용 복지정책은 크게 감축할 수밖에 없다. 그 뿐이 아니다. 미국이 관세 벽을 높이면 중국도 미국 상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지 않을 리가 없다. 졸지에 미국의 많은 생산공장은 감산(減産)하거나 파산하고 문을 닫게 된다.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크게 줄어 거리에는 실업자들이 범람(氾濫)하게 된다. 앞으로 2년도 지나지 않아 중산층 백인 노동자들도 이런 이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당선에 실망하면서도 선거 후의 그의 언동으로 보아 약간 불안감을 덜어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또 트럼프가 많은 우수한 인재들을 등용하게 되면 그들이  트럼프에 실수가 없도록 잘 보좌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명하기 시작한 보좌진의 면면을 보고 미국 지식인들은 벌써 크게 경악(驚愕)하고 있다.
첫 째로 가장 중요한 백악관 전략책임자(Chief Strategist) 자리에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이 지명되었다. 그는 악명 높은 인종차별자이며 반 이슬람주의자이다. 민주당 측에서는 “배넌을 최 요직으로 기용하는 것을 보면 트럼프가 국민 융합 노력을 하겠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혹평했다.
다음으로 트럼프는 국가안보고문으로 마이클 플린(Michael Flynn)중장을 지명했다. 그런데 그는 민주, 공화 양 진영에서 모두 ‘약간 돈 사람(kook)’으로 혹평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이슬람교를 지구상의 ‘암(癌)적 존재’라고 부르는가 하면 최근 러시아로 부터 돈을 받고 모스크바에 가, 행사장에서 푸틴의 옆에 앉은 사람이라는 핀잔을 받고 있다.
또 주 유엔 대사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지사인 니키 헤일리(Nikki Haley:여)를 뽑았는데 그는 외교 부문에는 경험이 전혀 없는 완전 초보이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는 그의 공천 경쟁자였던 벤 카슨(Ben Carson)을 주택 및 도시개발부(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장관으로 지명했다. 카슨은 신경외과 의사로써 주택문제에 관한 경험이라고는 그가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라는 것 외에는 없는 완전  백지(白紙) 인물이다.
트럼프는 수천 명에 달하는 요직 인선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벌써 이 꼴이다. 제 정신을 가진 건지, 미국 대통령직을 장난으로 생각하는지 분간을 못할 지경이라는 소리가 파다하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이런 사람을 상대로 한미 동맹이나 북핵문제, 한미 FTA의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데 있다.
트럼프는 돈벌이의 귀재(鬼才)이며 또 선거기간 중에 내뱉은 난폭한 말 들은 다 잊어버린 척하고 더 현실적인 면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흔적은 인정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그가 난마(亂麻)와 같이 얽힌 세계 정치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기초가 되어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가 언제, 어떤 오판이나 시행착오를 저지를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대한민국이 이 같은 난국을 무사히 극복해 나가려면 현재와 같은 혼란을 한시 바삐 수습하고 굳건한 리더십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XE Login